[아주 돋보기] 마오쩌둥과 '이것' 언급해 맹비난...중국은 역사 미화 한창

2021-12-29 16:15
마오쩌둥 아들 희화화 상징인 '계란 볶음밥' 언급에 네티즌 질타
WSJ "중국 정부, 올해 공산당 100주년 맞이해 과거사 미화 가속화"

마오쩌둥 전 주석의 생일날에 중국 관영매체가 마오쩌둥 아들의 죽음을 희화화하는 소재인 ‘계란 볶음밥’을 언급했다가 누리꾼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최근 중국 정부가 애국주의를 고조시키기 위해 마련한 과거사 미화 정책이 효과를 보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항미원조전쟁' 70주년 기념전에서 마오쩌둥 아들 마오안잉의 조각상과 마오 부자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홍콩 명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쓰촨성 당 기관지 ‘사천일보’는 지난 26일 밤 공식 웨이보 계정에 한 누리꾼이 소시지 관련 요리를 공유해왔다면서 ‘소시지 계란 볶음밥’이라는 글과 사진을 게시했다.

이날은 마오 전 주석의 128번째 생일이었다. 일각에서는 사천일보가 마오 전 주석 생일날 그의 아들 마오안잉을 모욕했다는 비난이 나왔다. 중국 좌파의 위챗 계정인 ‘아름다운 마오 시대’는 영웅을 모욕했다며 비난했다.

논란이 일자 사천일보는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이후 ‘아름다운 마오 시대’는 중국 최고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에 이를 직접 고발해야 한다며 ‘적은 내무에 있다’고 꼬집었다.

명보는 이러한 논란이 불거진 이유에 대해 “‘계란 볶음밥’이 최근 몇 년간 마오안잉을 조롱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오안잉의 죽음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논쟁이 이어져 오고 있다. 마오 전 주석의 장남인 마오안잉은 1950년 한국전쟁에 참여해 유엔군의 폭격에 숨졌다.

한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의 비망록에 따르면 마오안잉은 막사에서 계란 볶음밥을 만들다가 위치가 노출돼 폭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해당 비망록은 2003년 중국 인민해방군이 공식 발간한 자료다.

통상 전쟁 중에는 적에게 위치가 노출될 위험이 있는 탓에 불을 피우지 않는다. 하지만, 마오안잉은 방공수칙을 어기고 요리를 위해 불을 피우다가 연합군 폭격기 눈에 띄었다는 풀이다.

하지만 이 설은 최근 중국 정부의 과거사 미화 정책에 의해 전면 부인되고 있다. 중국역사연구원은 지난해 11월 SNS를 통해 마오안잉이 계란 볶음밥을 만들다가 폭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그의 죽음을 희화화하는 헛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목격자들의 증언을 통해 마오안잉의 위치가 알려진 것은 부대 사령부의 무전이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올해 8월에는 중국 공산당 중앙인터넷안전정보화위원회 판공실이 관영매체 신화통신과 함께 10가지 ‘헛소문’ 리스트를 발표하며 또 한 번 마오안잉과 계란 볶음밥 관계를 부인했다.

중국 공산당은 현장 목격자가 남긴 편지를 토대로 당시 마오안잉이 있던 작전실에는 프라이팬이나 볶음주걱이 없어 (볶음밥 만들기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영화 '장진호' 포스터]

올해 9월 30일 개봉한 영화 ‘장진호’에서도 역사를 미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한국전쟁을 의미하는 ‘항미원조 전쟁’을 다룬 장진호에는 마오안잉이 미군 폭격 속에 지도를 챙기러 작전실에 들어갔다가 사망하는 것으로 묘사됐다.

항미원조는 앞서 10가지 ‘헛소문’ 리스트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미국이 중국을 공격할 계획이 없었고 항미원조 전쟁은 국가를 보위하는 전쟁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루머라는 것이 주요 골자다.

공산당은 “미 제국주의는 한반도 내전 발발을 구실로 동아시아 정세에 공공연히 간섭하고 함대를 파견해 대만해협에 침입하고 대만에 군을 주둔시켰다. 미군은 38선을 넘어 전쟁의 불길을 중국과 북한의 국경까지 가져왔으며 인민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심각하게 해쳤다”고 주장했다.

이 외 일본군에 포위된 중국 병사 5명이 항복하지 않고 절벽에서 뛰어내렸으나 사실 생존자 2명은 몰래 빠져나와 목숨을 부지했다는 설, 인민영웅 레이펑 행적 부정, 공산당 홍군의 대장정 폄훼 등도 루머로 규정됐다.

최근 중국의 과거사 미화 정책은 올해 공산당 100주년을 맞이해 가속화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사이버 감독기관인 중국 국가사이버정보공판공실은 지난 4월 공산당 지도부나 정책에 대한 비판을 ‘역사적 허무주의’로 규정하고 단속 강화에 나섰다.

중국 내부에서도 역사 왜곡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베이징의 한 역사 교수는 중국역사교육원에 대해 “공산당 지도부에게 아부하고 승진하기 위해 학문이 길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시진핑보다 역사에 더 집착하는 중국 지도자는 없었다. 과거에 대한 집착이 시진핑의 정치적 의제 중심에 있다. 당국은 교과서, 매체 등을 통해 중국 현대사를 가르치는 방법을 지시한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내내 중국 관리들은 이미 시진핑의 역사관에 대한 세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당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