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 인상 막판 진통…보험업계-당국 '실손 안정화 할인' 놓고 줄다리기

2021-12-28 18:00
당국, 안정화 할인 종료 시 4세대 전환 악영향 vs 보험업계, 3세대 적자 커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손의료보험료 인상을 두고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이 적자 폭이 큰 1·2세대 실손보험에 대한 보험료 인상에는 상당 부분 동의했지만 안정화 할인 특약 종료에 따른 3세대 실손보험료 인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올해 7월 출시한 4세대 실손에도 안정화 할인 특약이 적용된 만큼 해당 특약 종료 시 4세대 실손으로의 전환율 역시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3세대 실손의 손해율이 상승하고 있는 만큼 해당 특약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도 실손보험료 인상을 논의하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보험업계가 실손 안정화 할인 특약 종료를 두고 줄다리기를 지속하고 있다.

안정화 할인 특약은 3세대 보험료를 1년간 할인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지난 2019년 말 1·2세대 실손 가입자의 3세대 실손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3세대 실손 보험료를 9.9% 할인해주는 안정화 할인 특약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 특약은 1년간 한시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해를 넘겨 올해도 적용됐다.

금융위는 안정화 할인 특약 종료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안정화 할인 특약이 종료되면 약 850만명의 실손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안정화 할인 특약이 종료되면 3세대 실손 보험료가 9.9% 인상되고, 자연 인상분까지 포함하면 3세대 실손 가입자의 보험료가 10% 이상 증가하기 때문이다. 

안정화 할인 특약의 경우 지난 7월에 출시한 4세대 실손에도 적용된 만큼 향후 4세대 실손 보험료 인상 가능성도 높다. 보험사의 실손보험 적자 해소를 위해 4세대 실손 가입률을 높여야 하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안정화 할인 특약 종료 부담이 큰 셈이다. 

실제 4세대 실손의 가입률도 저조한 상황이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3분기 4세대 실손보험 판매 건수는 22만218건으로 집계됐다. 4세대 실손보험 출시 직전 월인 6월 한 달간 판매량(55만3394건)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체 실손보험 보유계약 중에서 4세대 실손이 차지하는 비율은 0.8%에 불과하다.

반면 보험업계는 손해율이 급증하고 있는 3세대 실손의 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안정화 할인 특약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3세대 실손의 손해율(위험손해율)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01%로 손익분기점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 9월 말에는 112%까지 상승했다. 보험업계는 안정화 할인이 종료되면 한 해 약 1300억원의 실손보험 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실손보험료 인상 협의를 위한 시한이 하루 이틀 남은 상황에서 안정화 할인 특약 종료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며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기존 실손 가입자를 4세대 실손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안정화 할인 특약을 활용해 저렴한 보험료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당장 적자 폭 감축을 원하는 보험업계의 주장이 충돌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주장의 절충안으로 4세대에 한해 안정화 할인 특약을 유지하거나, 1∼3세대 가입자가 4세대 전환 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대체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