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증권사 새 먹거리 급부상…거래량 1000만 달러 육박

2021-12-26 08:39
12월 일평균 거래량 60만 달러 넘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1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10만 달러 수준이었던 거래량이 12월 들어 1000만 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어서다. 앞서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에 이어 KB증권과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은 이미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밖에도 15개 증권사가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으로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 거래량 1000만 달러 돌파 앞둔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증권사 새 먹거리로 떠오를까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16거래일 동안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금액은 총 983만4251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11월 12일 금융위원회가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후 13거래일 동안 거래금액이 13만8732달러임을 감안하면 12월 들어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셈이다. 일평균 거래액 기준으로는 11월이 1만671달러였으나 12월은 61만4640달러로 약 57배 급증했다.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는 투자자가 소수단위 주문을 하면 증권사가 취합해 1주 단위로 매매주문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소수점 6자리까지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가 종목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소규모 자본금으로 우량 종목들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가 증권사들의 새로운 수수료 수익 원천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내 증시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리테일 수익 감소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자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가 증권사의 새 먹거리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40조원을 웃돌았던 코스피 일간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10조원 안팎을 머무르는 중이다. 12월 들어 거래대금이 가장 높았던 지난 9일 거래액도 12조6140억원에 불과했고 지난 15일에는 일간 거래액이 8조2530억원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1월 대비 거래량이 5분의1 수준으로 급감한 셈이다. 지난 5월 77조9018억원이었던 투자자 예탁금도 12월 들어서는 62조~63조원 수준에 그치는 중이다.

반면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급증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사상 최초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6월 500억 달러를 돌파한 후 1년 5개월 만에 2배나 급증한 셈이다.

◆ 주요 증권사 잇따라 서비스 출시…대부분 내년 상반기까지 출시 목표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가 증권사의 새 먹거리로 급부상하면서 새 판에 뛰어드는 증권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기존에는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지난 11월 20개 증권사가 새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가장 먼저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증권사는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11월 29일 미국장을 시작으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어 합류한 증권사는 KB증권이다. KB증권은 지난 6일 자사 MTS 마블미니(M-able 미니)를 통해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3일 해당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다섯 번째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 제공 증권사로 합류했다.

이 밖에도 15개 증권사가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으로 관련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증권사들은 △DB금융투자 △KTB투자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신영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카카오페이증권 △키움증권 △토스증권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가 새로운 리테일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대부분 의견이 같을 것"이라며 "이미 서비스를 출시한 증권사들의 경우 11월 금융위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이후 해당 서비스를 바로 출시할 수 있도록 장기간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 출시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던 셈"이라고 귀띔했다.

◆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나도 해볼까…투자자 유의사항은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외주식 투자에 앞서 주의해야 할 점이 상당히 많다. 상법상 주식은 '주식불가분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1주로부터 복수주주가 파생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소수점 거래는 증권사가 투자자의 소수단위 주문을 취합해 온전한 주식을 주문하는 방식으로 시행되는 만큼 투자자 권리 보호에 한계가 있다.

먼저 소수점거래 투자자는 소유자가 아닌 수익자로서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배당금이나 주식 배당 등 경제적 권리는 수익증권 보유비율에 따라 비례적으로 배분받을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의결권이 없다.

실시간 거래가 어려운 점도 주의해야 한다. 증권사가 매매주문을 취합해 진행하는 만큼 매매주문과 체결 시점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매매가격이나 실제 배정받는 주식 수량이 변동될 수 있다. 일부 증권사가 실시간 거래 서비스 제공을 준비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1주 이상 보유한 경우에만 한정된다.

증권사별로 취급하는 종목들도 차이가 있다. 주문을 받는 증권사마다 취급하는 종목이 달라서다. 이 밖에도 증권사별로 수량, 금액 등 최소 주문 단위나 주문 방법, 주문 가능시간 등 편차가 있어서 일반적인 주식 거래에 비해 이용하는 증권사에 따른 영향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