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할까] ​동심 가득한 크리스마스 선물 ‘호두까기인형’

2021-12-24 06:00
유니버설발레단, 12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서 공연

호두까기인형 1막 마지막 장면 ⓒ유니버설발레단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코로나19를 통해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관객과 무용수 사이에 에너지 교환은 공연을 마법으로 만듭니다. 코로나 장기화로 많이 지치신 관객분들께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인형’이 따뜻한 위로와 치유를 드릴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의 말처럼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위로해줄 마법이 필요한 연말이다.
 
발레 ‘호두까기인형’은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작품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과 공동주최로 오는 12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호두까기인형’을 공연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2005년 이후 16년 만에 세종문화회관에 귀환하여 선보이는 연말 공동기획이다.
 
‘호두까기인형’은 연말연시 대표 작품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1892년 12월 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황실극장에서 올렸던 ‘호두까기인형’ 초연은 기대와 달리 참패하고 말았다. 그동안의 발레들과 달리, 이 작품은 유독 많은 아이들이 출연하는데다 주인공이 어린 소녀이기 때문에 사랑 이야기를 그릴 수도 없었다. 흥행 실패 이후에도 이 작품은 쉽게 사장되지 않았다. 음악만큼은 대중적으로 유명해졌기 때문에, 발레곡을 활용한 많은 버전들이 나왔다.
 
‘호두까기인형’이 성공 반열에 오른 것은, 그로부터 42년이 지난 1934년 마린스키 극장에서 재상연된 바실리 바이노넨 버전부터이다. 바이노넨의 개정 안무를 통해서 이 작품은 비로소 이야기의 일관성을 갖추게 되었고, 사탕요정이 된 클라라가 호두까기 왕자와 ‘사랑의 파드되’를 추는 공감대를 형성시킬 수 있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바실리 바이노넨의 버전을 기반으로, 마린스키 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23년간을 진두지휘했던 명장 올레그 비노그라도프의 연출과 유니버설발레단 3대 예술감독을 역임했던 로이 토비아스와 현 6대 유병헌 예술감독의 각색 버전을 사용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추구하는 ‘마린스키 스타일’은 러시아 황실 발레의 세련미, 정교함, 화려함을 특징으로 한다. 37년 동안 이 스타일을 유지해온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고도의 테크닉과 스토리텔링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발레 입문작이다.
 
35번째 시즌을 맞는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1986년 초연 이래 연속매진과 국내 최다 공연횟수를 기록했다. 원작 이야기의 생생한 구현과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재현한 무대 등이 볼거리다.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완결성 높은 군무는 1막 ‘눈송이 왈츠’와 2막 ‘로즈 왈츠’가 대표적이다. 특히나 ‘눈송이 왈츠’의 역동성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호두까기인형 '눈송이 왈츠' ⓒ유니버설발레단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여기에 고전발레의 정수가 잘 드러나는 클라라와 호두까기 왕자의 1막 ‘스노우 파드되’와 2막의 하이라이트인 ‘그랑 파드되’를 비롯해 스페인(초콜릿), 아라비아(커피콩), 중국(차), 러시아(막대사탕) 등 과자를 의인화시킨 각국의 민속춤으로 이루어진 디베르스티망이 펼쳐진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주인공 클라라의 배역에 있다.
 
많은 발레단이 처음부터 끝까지 성인 무용수에 의존해 나가는데 반해, 유니버설발레단은 원작 그대로 1막에서는 아역 무용수를, 1막 후반부터 마법으로 아름답게 성장한 성인 무용수를 등장시킨다.
 
여기에서 1막을 이끄는 어린 클라라의 연기력과 테크닉이 중요한데, 유니버설발레단은 이를 위해 최고의 발레 교습법으로 평가받는 바가노바 메소드를 보유한 유니버설발레아카데미와 줄리아발레아카데미에서 매년 오디션을 통해서 어린 클라라를 선발한다. 어린 관객들이 발레에 더욱 쉽게 다가가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2021년을 빛낸 무용수상’의 주인공인 수석무용수 홍향기를 비롯해 수석무용수 강민우, 솔리스트 권세현 역시 2002년 당시 14세에 어린 클라라 역과 프리츠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주니어컴퍼니 소속의 김수민과 박상원, 두 발레 영재들을 물론, 간판 무용수 강미선, 이현준, 이동탁 등 많은 현역 무용수들도 ‘호두까기인형’의 파티 장면 속 아이들로 열연한 바 있다.
 
지난 6월 '돈키호테'에서 어린 나이답지 않은 연기와 완벽에 가까운 테크닉을 구사하며 미래의 주역으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김수민은 2021년 ‘호두까기인형’으로 다시 한 번 앞으로를 기대하게 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 1막이 스토리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판타지를 때론 서정적으로 때론 역동적으로 그려냈다면, 2막은 고난도의 발레 테크닉이 집중배치되어 있어 발레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1막 크리스마스 파티에서는 드로셀마이어의 마술로 살아 움직이는 할리퀸, 콜롬바인, 무어 인형의 개성 넘치는 춤이 파티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한다. 선물로 받은 호두까기인형을 두고 클라라와 오빠 프리츠의 쟁탈전에 이어 클라라의 꿈 속에서 벌어지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들의 전투장면은 생쥐왕과 부하들의 익살맞은 연기와 실제 발포되는 대포가 등장해 큰 재미를 선사한다.
 
1막의 대미를 장식하는 ‘눈송이 왈츠’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완결성 높은 군무를 감상할 수 있는 하이라이트이다. 대열을 시시각각 바꾸며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20여명의 눈송이 요정들과 흩날리는 하얀 눈발과 코러스가 더해진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음악이 관객들의 눈을 압도한다.
 
2막 과자 나라에서는 세계 각국의 민속춤을 볼 수 있다. 초콜릿, 커피콩, 차, 막대사탕을 상징하는 이 춤들은 개성 넘치는 의상과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어지는 남녀 군무의 우아하고 화려한 앙상블이 돋보이는 ‘로즈 왈츠’는 쉴새 없는 리프트와 점프 및 빠른 대열 변화 등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무용수들에게 가장 힘든 군무에 속한다.
 
2막의 피날레인 클라라와 호두까기 왕자의 ‘그랑 파드되’는 낭만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아다지오’를 시작으로, 주역의 기량을 보여주는 ‘남녀 솔로 바리에이션’, 군무진과 함께 화려함과 웅장함으로 끝나는 ‘코다’로 마무리한다.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호두까기인형 '로즈 왈츠' ⓒ유니버설발레단 [사진=유니버설발레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