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 경제 뇌관 되나…한은 "부동산 금융취약성, 96년 이후 최대"
2021-12-23 18:00
한국은행, 23일 금융안정보고서 통해 '부동산 부문' 리스크 강조
국내 부동산 가격 거품 수준이 25년 만에 최대폭으로 불어나며 위기 발생 시 우리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이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가뜩이나 은행권 대출 규제 강화 속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통한 부동산 자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부실 우려가 점증되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금융불균형 수위를 나타낸 부동산 부문 금융취약성지수(FVI)는 100을 기록했다. 전분기(97.23)보다 2.77포인트 상승한 것은 물론 통계가 집계된 1996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취약성지수(FVI)란 기존 금융안정지수(FSI)가 장기적 금융불안 요인을 식별하는 데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자산가격, 신용축적, 금융기관 복원력 3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산출된 수치다. 이 지수 범위는 0~100 사이로, 100에 가까울수록 부동산 거품이 크다는 뜻이다.
부동산 거품을 향한 우려는 은행권 대출을 넘어 비은행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9월 말 비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51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이후 올해까지 해당 대출 규모가 전년 대비 평균 22.3% 증가해 총 350조8000억원가량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그 증가폭은 은행권 기업대출 증가율(6.4%)과 비교해도 가파른 수치다.
문제는 기업대출 가운데서도 부동산 관련 대출 증가액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6년 17조3000억원 수준이던 부동산 관련 비은행권 기업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32조6000억원 수준에서 올 들어 9월까지 42조9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의 기업대출 증가액이 209조원(59.6%)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여전사와 저축은행 기업대출도 급증했다.
한은 관계자는 “비은행의 기업대출 취급 행태 및 심사역량을 재점검하고 부동산 시행·시공사가 공사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위험성이 높은 기업대출에 대해서는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