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상공개된 흉악범 10명...실물 보기 하늘의 별 따기
2021-12-21 15:34
피의자 맨얼굴 강제로 공개할 법적 근거 없어
전문가들 "실물과 가까운 ‘머그샷’ 등 제도 보완 필요"
전문가들 "실물과 가까운 ‘머그샷’ 등 제도 보완 필요"
피의자 신상공개가 당초 제도 취지인 범죄 예방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의자들이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벗지 않는 이상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경찰이 이들의 맨얼굴을 강제로 공개할 수 없어 실물과 가까운 ‘머그샷’을 공개하는 등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올해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는 10명(9건)이다. 2016년 5명(5건), 2017년 3명(2건), 2018년 3명(3건), 2019년 5명(5건), 2020년 8명(8건) 등 경찰이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 운영지침을 마련한 2015년 이후 역대 최다 수치다. 스토킹 살인을 비롯해 교제 살인, 보복 살인 등 강력범죄가 증가한 탓이다.
문제는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라도 얼굴을 가리거나 마스크를 쓰면 경찰이 이를 강제로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특례법에 피의자 얼굴 공개 방식에 대한 내용이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피의자 신상공개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근거해 이뤄진다.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사건일 것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등이 요건이다. 피의자 얼굴 공개 방식 관련 조항은 전무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모두는 자의로 마스크를 벗었다”며 “현장에서 신상이 공개됐는데 왜 얼굴을 가리고 있느냐, 경찰이 마스크를 벗겨라 등의 요구가 많지만 현행법상 경찰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머그샷은 범인을 식별하기 위해 구금 과정 등에서 촬영하는 얼굴 사진을 의미한다. 피의자가 본인 이름표나 수인번호를 들고 정면과 측면을 키 측정자 옆에서 촬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피의자 인권 문제 등으로 머그샷을 도입하지 않았다.
서봉성 서울현대전문학교 경찰경호계열 학부장은 “일반인들에게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데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을 낮추는 예방 기능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머그샷을 포함해 피의자 얼굴 공개 방식을 바꾸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률 개정 등 피의자 얼굴 공개 방식 변경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임지석 법무법인 해율 대표 변호사는 “피의자도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경찰이 피의자 마스크를 임의로 벗길 시에 피의자 신체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헌법 가치에 위배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최근 신상공개 지침 개정안을 발표했다. 피의자에게 신상공개 의견을 사전에 묻는 것과 신상공개가 결정되면 처분 내용을 서면으로 통지해 피의자 방어권 보장 절차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시민들은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게 신상공개 의견을 묻는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마포구 신수동에 거주하는 김윤성씨(43)는 “공익보다 피의자 인권이 우선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피의자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피해자 생각은 안 하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잔인한 피의자를 신상공개해야 국민들이 보고 알아서 피해갈 수 있다. 피의자 방어권보다 피해자 유족 방어권이나 신경 써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