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쌓고 또 쌓아 만든 아시아의 옻칠
2021-12-21 00:00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漆, 아시아를 칠하다’ 개최
고려시대 ‘나전 칠 국화 넝쿨무늬 합‘ 등 263점 전시
고려시대 ‘나전 칠 국화 넝쿨무늬 합‘ 등 263점 전시
옻칠은 고행처럼 힘든 작업이다. 1년 이상 걸리는 작품이 많다. 시간을 쌓고 또 쌓아야 만들 수 있는 작품이다. 옻나무가 자생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요한 공예품 제작 기술 중 하나로 자리잡은 옻칠을 통해 오랜시간 이어져 온 아시아 문화를 만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은 오는 12월 21일부터 2022년 3월 20일까지 특별전시실에서 아시아의 옻칠과 칠공예 문화를 보여주는 특별전 ‘漆, 아시아를 칠하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시아 각지에서 발전한 다양한 칠공예 기법을 살펴볼 수 있는 263점의 칠기를 선보인다. 중국 상하이박물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소장품을 출품했고, 현대 칠기 전시를 위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옻칠 공예 작가들이 함께 했다.
2부 ‘칠기를 꾸미다’에서는 칠기의 기본 장식 기법 세 가지를 알 수 있도록 전시됐다.
정제한 옻칠은 원래 색이 없는 도료로서 나무로 된 기물 위에 바르면 갈색빛이 난다. 그러나 옛 사람들은 옻칠에 산화철이나 진사 등을 섞어 검은색과 붉은색을 만들어 발라 색을 더했고, 이러한 색채 대비를 이용해 다양한 그림과 무늬를 그려 장식하였다. 우리나라 창원 다호리 유적 출토 칠기의 검은색이나 중국 한나라 칠기의 다양한 무늬는 이를 잘 보여준다.
3부 ‘개성이 드러나다’에서는 아시아 각 지역별로 발전한 칠공예의 종류를 알아본다.
한국에서는 나전칠기, 중국에서는 여러 겹의 옻칠로 쌓인 칠 층을 조각해 무늬를 표현하는 조칠기(彫漆器), 일본에서는 옻칠 위에 금가루를 뿌려 표현하는 마키에[蒔繪]칠기가 주로 제작되었다. 각 지역별 공간을 분리하여 이러한 특징을 뚜렷이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지난 2020년 일본에서 구입한 ‘나전 칠 대모 국화 넝쿨무늬합’이 최초로 선보이며, 영상과 함께 합을 감상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도 마련하였다.
노남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고려시대 나전칠기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물이다. 현재 전 세계에 3점 밖에 없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중국 상하이박물관 소장 중국 조칠기 삼십 여 점도 전시하였다. 각 국의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유물들이다.
4부 ‘경계를 넘어서다’에서는 지역과 계층을 넘어선 칠기의 변화를 살펴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에 이르면 사용 계층이 확대되고 길상무늬가 많아지며 베갯모 등 일상생활 용품까지 나전칠기로 제작된다.
일본과 중국에서 제작된 칠기는 17세기 이후 아시아라는 지역을 넘어 유럽으로 수출되며 ‘남만칠기(南蠻漆器)’등 새로운 모습의 수출용 칠기가 탄생하였고, 도자기와 함께 동양풍의 유행에 기여하였다. 한편, 동남아시아의 미얀마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칠기가 대표 관광 상품으로 제작되어 전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전시의 마지막인 에필로그에서는 ‘오늘날의 옻칠, 그 물성과 예술성’이라는 제목으로 현대 옻칠 작품을 전시한다. 옻칠이 가진 도료 및 장식 재료로서의 물성, 칠공예의 역사와 예술성에 대해 오늘날의 시각과 관점으로 생각해보며 전시를 갈음하는 공간이다.
허명욱 작가의 ‘무제’를 비롯해 김설, 정해조, 정영환, 최영근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