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없는 중국 시장”…4대 기업, 새해 대륙 공략 박차

2021-12-21 06:26
미·중 패권 경쟁 속 활로 찾기…삼성·현대차, 중국사업 총괄 수장 교체
SK,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투자 확대…LG, 신소재 화학 공장 증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미·중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 낀 한국 기업들이 양국 정부의 경제정책을 예의 주시하며 물밑 전략 짜기에 분주하다. 특히 새해에는 그동안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중국 시장 공략에 다시금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4대 기업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대미(對美) 투자와 현지 신사업 추진 전략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뒷전이던 중국 시장 공략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물꼬는 재계 1위인 삼성전자가 텄다.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 직속으로 ‘중국사업혁신팀’을 신설하고 중국 시장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이 팀은 인사 등을 지원하는 전사 파트와 사업부 파트로 구성됐다. 사업부 산하에는 모바일을 담당하는 MX 부문과 소비자가전·영상디스플레이(VD) 부문을 뒀다. 각 사업을 총괄하는 한 부회장이 중국 사업 전반을 재정비하고 향후 추진 상황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전체 글로벌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30.2%로 가장 높다. 하지만 최근 중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사실상 형편없다. 2013∼2014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를 웃돌았지만, 2019년부터 1%미만대로 떨어진 이후 4년째 부진하다.
 
특히 올해 10월 애플이 비보를 제치고 아이폰13을 앞세워 지난 10월 중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삼성 갤럭시 브랜드 경쟁력은 낮다는 평가다. 올해 ‘갤럭시Z플립3·갤럭시Z폴드3’의 글로벌 흥행에도 불구하고 올 3분기 삼성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0.4%에 그쳤다.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도 중국사업혁신팀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중국에 톈진 TV·디스플레이 공장, 쑤저우 가전·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등을 두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난 17일 임원인사를 통해 중국 사업 수장을 교체하며 내년을 터닝포인트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9년부터 2년여 동안 중국 영업을 총괄했던 이광국 사장이 고문으로 물러났다. 대신 이혁준 베이징현대(HMGC) 전략기획담당 전무를 임명했다. 이 전무는 20년 이상 중국에서 근무했고 박사 학위도 현지에서 취득한 ‘중국통’이다.
 
현대차도 중국 시장 내 입지가 위태롭다. 2016년 연간 100만대를 팔았지만, 올해 1∼11월 베이징현대의 누적 판매량은 32만232대에 그쳤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 등은 베이징현대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1.5%에 불과하다고 본다. 실제로 베이징현대의 11월 중국 내 월간 판매량은 전체 브랜드 중 22위 수준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021 광저우 국제모터쇼’에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70을 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를 통해 중국이 중요 시장임을 천명하는 동시에 판매량 확대를 꾀한 것이다. 업계는 이번 현대차 임원인사 역시 일각에서 나온 중국 철수설을 잠재우고, 새 전략을 짜기 위한 복안으로 해석한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대표로 선임된 배터리 회사 SK온을 필두로 중국 투자에 과감히 나서고 있다. 지난달 SK온은 최근 장쑤성 옌청시와 SK온 중국 배터리 4공장 신설을 위한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총 투자 규모는 25억3000만 달러(약 3조원)다. SK온은 현재 중국 창저우(7GWh)와 옌청(10GWh), 후이저우(10GWh) 등 3곳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이다. 신규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산 10GWh 이상으로 중국 내 SK온 배터리 공장 중 최대 규모로 예상된다. 내년께 본격 착공할 계획이다.
 
LG화학도 중국 투자에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 내 연구센터를 신설했고, 중국 용싱 니트릴부타디엔라텍스 공장과 빈장 자동차 전지, 난징 소형 전지 공장 증설 투자도 단행했다. 지난해는 첨단소재 사업부문 양극재 공장을 중국 우시에 신설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패권 경쟁과 중국의 자국 산업 보호정책이 여전하지만 그냥 두고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 중국”이라며 “국내 주요 대기업이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전열을 재정비해 내년부터 과감한 투자와 시장 확대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