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맨친 배신에 '경악'…바이든 지지율 하락 가속화하나

2021-12-20 11:30
사회복지법안 반대 입장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거대 암초를 만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대 공약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에 민주당 내 대표적인 보수파 의원인 조 맨친 상원의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요 공약 실행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안 그래도 지지부진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욱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조 맨친 상원의원은 1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보수언론 폭스와 인터뷰에서 1조7500억 달러(약 2080조500억원) 규모의 미국 내 사회복지안에 대해 노골적인 반대의사를 밝혔다. 지난 11월 15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1조 달러의 인프라 투자 법안과 함께 바이든 대통령의 역점 사업으로 꼽히는 이번 법안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중산층을 재건하겠다는 목표하에 △무상 유치원 제공 △아동세액공제 △의료보험 확대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근로소득세액공제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맨친 상원의원은 폭스의 '폭스뉴스선데이'를 통해 "나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회복지법안) 법안이 더 진행되도록 표를 던질 수 없다"라며 "웨스트버지니아주에 돌아가 그곳 사람들에게 이 법안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면, 이 법안을 위해 투표할 수 없다"라고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맨친 의원이 소속된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는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약 40%p(포인트) 차이로 제쳤던 대표적인 공화당 강세지역 중 하나로 분류된다.

미국 상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50 대 50 비율로 양분되어 있고, 양당 간 대립 역시 극심한 상황이기 때문에 맨친 의원의 찬성표가 없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더 나은 재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기는 어렵다. 이에 로이터와 AP 등 외신은 맨친 의원의 이번 발언이 바이든 대통령의 법안에 "치명적인 타격(fatal blow)"을 가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이 오랜 기간 추구해온 대규모 타협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십중팔구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맨친 의원의 발언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712단어에 달하는 긴 성명을 발표해 바로 반박에 나섰다.

사키 대변인은 "맨친 의원의 발언은 이번주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과 협의한 내용과 상충된다"라며 "몇 주 전 맨친 의원은 대통령에게 법안을 지지할 것을 약속했으며, 이후에도 거듭해서 성실하게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해 왔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맨친 의원의 이번 발언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타협하려는) 노력의 끝을 시사하는 것이라면 이는 갑작스럽고 설명할 수 없는 입장 번복이자 대통령과 상·하원 동료 의원들에 대한 약속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법안에 찬성 의사를 표시해 온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역시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강하게 반박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법안을 상정해 맨친 의원이 "웨스트버지니아와 미국의 노동자 가족들을 위해 옳은 일을 할 용기가 없다면 전 세계 앞에서 반대표를 던지게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은 맨친 의원의 발언에 대한 동료 의원들의 반응은 '경악(astonishment)'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WP는 언급했다. 또한 이번 발언은 50 대 50의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원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섬세한 균형을 이루고 있던 맨친 의원의 갑작스러운 관계 반전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고문인 하워드 울프슨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좌절을 이해할 수 있지만 다른 많은 문제에 대해서 맨친 의원의 표가 필요할 것"이라며 "관계를 온전하게 유지하고 소통의 길을 열어놓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WP를 통해 밝혔다. 한편 WP는 회담에 정통한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맨친 의원이 이번 발언 전 백악관에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전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조 맨친 미국 상원의원 [사진=AP·연합뉴스]

맨친 의원의 '반기'는 안 그래도 하락세를 타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더욱 악화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이 15일 여론조사업체 SSRS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미국인의 비율은 전체의 66%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 상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30%에 그쳤으며, 경제를 악화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45%로 거의 절반에 달했다. 

특히 최근의 물가 상승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최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식품 및 기타 생활용품의 가격 상승(80%) △미국 공급망 차질(79%) △주택가격 상승(77%) △유가 인상(70%) △노동력 부족(67%) 등을 꼽았다. CNN이 SSRS에 의뢰해 시행된 이번 조사는 12월 8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성인 125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번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49%,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1%를 차지했다. CNN은 12월에 시행된 여론조사 5개를 종합했을 때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평균적인 지지율은 45%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50%였다. 로이터 역시 지난 11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8월 이후 5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40년래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기에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법안마저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바이든 정부가 극복해야 할 난관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