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넘는 물가에 혼란 가중…터키 에르도안 리스크 ↑

2021-12-20 11:23

터키의 에르도안 리스크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아프리카 청소년들과의 만남에서 터키의 물가상승률을 4%까지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급등하는 물가상승률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목표가 달성 불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터키의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전년대비 무려 21%의 상승을 기록했다. 만약 에르도안 대통령이 최근의 통화 완화정책을 지속할 경우 물가상승률잉 3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9일 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으로 선회할 것을 선언한 가운데, 신흥국들은 인플레이션 억제와 통화 급락을 막기 위해 속속 금리를 올리고 있다. 러시아 역시 지난 17일 7번째 금리인상을 발표하는 것은 물론 영국과 같은 선진국도 긴축 정책으로 하나 둘씩 돌아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터키는 역주행을 이어가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제독립전쟁'을 주장하면서, 통화완화정책을 밀고 있다. 결국 터키 리라 화는 지난 17일 최저치를 경신했고, 올해 들어서만 달러대비 가치가 55% 하락했다. 최근 한달 간 하락한 것만 37%에 달한다. 

19일 공개된 아프리카 청소년 회의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곧 우리는 물가상승률이 4% 대로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며, 나는 우리 국민들이 이자율로 고통받게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12일(현지시가) 정부의 경제정책을 성토하는 노조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터키 리라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민들에게 정부의 경제 정책을 믿고 따라달라고 촉구했다. [사진=AP 연합뉴스 ]


터키의 물가상승률은 2011년 연평균 4% 수준으로 유지됐다. 그러나 2017년 이후 상승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11월에는 전달보다 3.5%, 전년도 보다는 21.3% 상승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물가상승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 16일 최저임금의 50% 인상 정책을 발표했다.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최저 임금은 4250리라(약 32만5000원)다. 하지만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의 가치가 올해 들어 절반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에 현재의 환율로 계산하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약 275달러에 그친다. 대부분의 터키인들은 이것은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어 "제한적 금리인하가 최근 현상(물가급등 등)을 이끌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터키 경제에 대한 부당한 공격때문에 경제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율은 터키 경제의 무기이며 가격이 안정된 이후에는 훨씬 더 많은 기회가 터키에게 주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압력으로 중앙은행은 지난 9월 이후로 기준금리를 500bp 인하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같은 금리인하를 통한 통화가치 하락이 수출, 고용, 투자,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날이 악화하는 터키 경제상황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현재 통화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터키 최고 기업 단체는 TUSIAD는 18일 정부에게 저금리 정책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경제 정책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자 에르도안 대통령 반대파에서는 당장 선거를 치를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같은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터키 총선은 2023년 중반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