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타이거 우즈, 앞으로의 행보는?

2021-12-19 06:00
10개월 만에 복귀한 우즈
"아들과 함께해 행복해"
"투어 복귀는 아직 멀어"

환하게 웃는 타이거 우즈(오른쪽)와 찰리 우즈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타이거 우즈(미국)는 지난 2월 23일(현지시간) 내리막길이 심하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팔로스 베르데스에서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운이 좋았다. 내리막길에 위치한 벽돌로 만든 집이 아닌 공터에 차가 멈췄으며, 굉음을 듣고 달려온 한 시민이 "내 이름은 타이거 우즈입니다"라는 말을 듣고, 바로 신고해 구조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응급 수술을 받았다. 당시 집도를 맡았던 의사는 "다리가 골절됐다"고 설명했다. 오른쪽 정강이 부근이 산산이 조각났다.

소식을 들은 선수들과 누리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다시는 그의 스윙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낙담하는 이들도 있었다. 1~2일이 지나자, 모든 이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최종 라운드에서 붉은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를 입었다. 옷으로 힘내라는 메시지를 표현했다.

이후 그는 크고 작은 수술과 재활을 반복했다. 집으로 돌아온 것은 지난 3월 16일이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이 문병을 했다.

수술 이후 처음 모습을 비춘 것은 애완견(벅스)과 함께다. 그는 목발을 짚고 환하게 웃었다. 이후에는 아들(찰리 우즈)의 골프대회 출전을 참관했다.

집으로 온 지 8개월 뒤인 11월 22일 우즈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진행 중'이라는 글귀와 함께 3초 분량의 풀스윙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을 본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9일 뒤인 11월 30일 이번엔 히어로 월드 챌린지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벤 호건(미국)처럼 1년에 몇 개 대회만 출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대회 중인 12월 5일, 우즈가 드라이빙 레인지에 붉은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를 입고 나타났다. 일요일의 우즈다. 이곳에서 그는 드라이버를 쥐고 샷을 날렸다.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이벤트 대회인 2021 PNC 챔피언십(총상금 108만5000 달러·약 12억8600만원) 출전 선언은 12월 9일이다.

지난해(2020년)와 마찬가지로 찰리 우즈와 함께한다. 지난해 우즈 부자는 최종 합계 20언더파 124타 7위로 대회를 마쳤다. 

출전을 앞둔 우즈는 "길고 힘든 한 해였다. 찰리와 함께 PNC 챔피언십에 출전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게 돼 기쁘다. 아버지로서 플레이하고 있다. 더할 나위 없이 신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12월 17일 대회를 앞두고 프로암 행사가 열렸다. 우즈는 맷 쿠처(미국)와 함께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찰리 우즈를 데리고 나타났다.

다리가 불편한 우즈는 카트를 타고 대회장인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위치한 리츠칼튼 골프클럽 올랜도(파72·7106야드)를 누볐다. 86세인 게리 플레이어(남아공)와 11세인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의 아들도 카트를 타고 돌았다.
 

야외 취재구역에서 답변하는 타이거 우즈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우즈의 스윙을 본 AP통신은 "우즈의 티샷에 힘이 충분히 실리지 못했지만, 이는 예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우즈도 "속도나 몸을 쓰는 것이 예전과는 다르다"며 "힘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AP통신은 "우즈가 첫 티샷을 날리고 심하게 다쳤던 오른쪽 무릎에 체중을 실어 몸을 굽히는 장면은 긍정적"이라며 "걸음도 성큼성큼 걸었다"고 이야기했다.

행사 이후 우즈는 "사실 (사고 이후로) 티샷을 많이 쳐보지 않았고, 팬들도 지켜보고 있었다"며 "아들과 함께 대회에 나와 아주 멋진 하루가 됐다"고 말했다.

행사 이후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우즈 부자가 스윙하는 영상과 코스에서 우즈보다 좋은 위치에 공을 떨구는 찰리 우즈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골프 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이를 본 한 누리꾼은 "찰리 우즈는 US 아마추어를 제패하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정복할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우즈는 찰리 우즈의 스윙을 하나부터 열까지 지켜봤다. 우즈의 아버지 얼 우즈(미국)가 그의 뒤에서 작은 의자에 앉아 지켜보던 것과 같은 모습이다. 우즈는 자신의 유산을 남기고 싶어 한다. 이번 대회 출전으로 찰리 우즈에 대한 관심은 충분히 받았다. 그도 만족할 만한 부분이다.

마케팅도 성공적이다. 우즈는 이날 자신을 후원하는 용품사의 신제품 드라이버와 우드를 들고나왔다. 프로토타입 골프공도 함께다. 우즈의 골프백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됐다.

하지만, 그런 그가 아직 만족하지 못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자신의 투어 복귀다. 이에 대해 그는 "사고 이후 3개월 동안 누워 있을 때를 제외하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복귀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스가 평평한데 걷기 어려웠다. 투어에서는 카트를 요청하지 않을 것이다. 걷지 못하면 대회에 출전하지 않을 생각이다. 투어에 나가려면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우즈는 완벽주의자다. 자신의 몸 상태가 100% 올라오지 않으면 출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그에게 카트 탑승은 완벽하지 않은 부분이다. 

존 댈리(미국)는 2019년 PGA 챔피언십에서 카트를 타고 라운드를 했다. 그러나,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주관하는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는 거절당해 거세게 비난했다. 우즈는 그 길을 걷지 않을 생각이다.

우즈 부자는 12월 18일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저스틴·마이크 토머스(이상 미국) 부자와 함께 첫날 1라운드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