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 대사 11개월째 공석, 한-미 관계 긴장 부추겨

2021-12-17 16:20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 후 11개월째인 현재까지 주한 미국 대사를 지명하지 않으며 한국과 미국 간 긴장 요인이 되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현재 미국은 한국에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를 두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주한미국대사관[사진=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NBC는 '왜 미국은 한국 주재 대사를 지명하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주재 대사를 지명하지 않으며 오랜 기간 계속되어온 동맹 관계에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는 의견이 전현직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반도 종전선언과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 대사의 부재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의 한 전직 고위급 당국자는 "지난 몇 개월 간 이와 관련되어 말들이 나왔고, 이러한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라며 "(주한 미국 대사의 부재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유력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에서 현대차-KF 한국역사 및 공공정책 연구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수미 테리 전 중앙정보국(CIA) 관계자 역시 "한국 당국자들이 수차례에 걸쳐 미국 측에 대사의 부재를 거론했다"라며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진 대화 자리에서든 이를 거론한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 관계자 역시 "주한 미국 대사에 아무도 지명되지 않았으며, 거론되는 이름조차 없다는 점에서 한국인들은 모욕을 당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NBC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주 기자회견에서 남북한 모두 미국과 공식적인 종전 선언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시점을 맞은 상황에서 주한 미국 대사가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전직 백악관 관계자는 내년 3월 한국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한 대사의 부재가 시기적으로 좋지 못하다고 우려했다.

지난 8월 중국과 일본에 주재 대사를 이미 지명했다는 것 역시 한-미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주중 대사 지명자는 잔뼈가 굵은 외교관인 니컬러스 번스 전 국무부 차관, 주일 대사 지명자는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이다. 둘 모두 미국 정계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미-일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전 고위 행정부 관계자는 "한국에는 대사 지명자가 없는데, 중국과 일본에는 있는 것은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 고위 정부 관계자는 "미국 대사가 임명이나 지명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다"라며 "미국 정부가 따라야 하는 절차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에는 미국 대사가 지명됐다는 것이 절차 이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발했다. 그러나 그는 "실무적인 이유에서 주한 미국 대사가 곧 결정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는 이미 중국과 일본에 주재할 미국 대사를 지명했지만, 이들은 수많은 대사 및 국가 안보 관련 지명자들과 함께  상원 의회의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미국이 "너무 많은 국가의" 미국 대사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주까지 미국 대사들 중 16%만이 인준되었다"라며 "지난 3개의 행정부를 기준으로 보면 (취임 후 11개월이 지난) 현재는 전체의 70~90%의 대사가 임명되었을 시점"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대사가 아직 지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NBC는 아직까지 바이든 행정부가 186석의 대사 공석 중 거의 절반에 대해 지명자를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미국외교관협회(AFSA)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월 14일 기준 대사가 지명(또는 임명)된 경우는 전체 189개중 80개(42.3%)다. 절반이 안 되는 수치다.

그럼에도 NBC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주재 미국 대사를 지명하는 것이 양국간 관계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계자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미국 의회 관계자는 공화당의 반대로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한 주한 대사의 인준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후보자를 지명하는 것은 한국과의 신뢰를 구축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약속을 보여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미 테리 센터장 역시 이에 동의했다. 그는 "동맹국 관리가 중요하다"라며 "적어도 누군가를 지명하기라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테리 센터장은 "지명자가 인준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지만, 적어도 누군가를 지명하는 것은 동맹국에 대한 약속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직 미국 행정부 당국자 역시 "한국인들은 항상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에 주재하는 미국 대사를 주시하고 있다"라며 "번스 전 국무부 차관과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이 임명되면 미국에 대한 불만은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 행정부 당국자들은 모두 아직까지 주한 대사를 지명하지 못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면서도, 한국이 이를 이유로 동맹 관계를 깨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전직 고위 당국자는 "한국인들은 미국이 그들에게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며 "상황에 만족하지 않지만 관계를 깨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