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할까]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서 만나는 ‘아하! 발견과 공감’
2021-12-17 06:00
서울시립미술관, 송상희 개인전 ‘자연스러운 인간’ 개최
어린이들을 위한 전시와 삶의 이면에 내재하는 어두움과 아픔을 섬세하게 풀어낸 전시가 각각 국립중앙박물관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12월 15일부터 어린이박물관에서 상설전시 ‘아하! 발견과 공감’을 전시 중이다.
이번 전시 개편은 2005년 개관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아하! 발견과 공감’으로 어린이들이 역사문화에 호기심을 갖고 관찰, 탐구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또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창의적 미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기획했다.
제1부 ‘새롭게 관찰해요’에서는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그 결과로 얻어진 지식과 문화유산을 살펴본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기마 인물형 토기(국보)’를 형상화한 대형 구조물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기마인물형 토기는 2층으로 구성되어, 어린이들이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도록 하였다.
2층 ‘멀리 보는 눈’에는 옛 사람들이 바라본 낮의 하늘과 밤의 하늘이 있다. 먼저 낮의 하늘은 조선시대 해시계인 앙부일구(仰釜日晷)를 소재로, 어린이가 직접 해시계의 바늘의 되어 해의 위치에 따라 그림자가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한다.
1층 ‘크게 보는 눈’에는 문화재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코너로 기마인물형 토기의 여러 말장식과 사람의 표정, 초충도(草蟲圖)의 여러 곤충과 꽃을 살펴본다. 그리고 옆의 ‘속을 보는 눈’에서는 오늘날 문화재 분석에 사용하는 X선, CT 등 자외선 촬영 기술을 소재로, 어린이들이 촬영대에 문화재를 놓고 문화재 속 구조를 살펴보며 박물관 직업체험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제2부 ‘다르게 생각해요’에서는 일상의 변화를 가져온 에너지와 신소재의 역사가 펼쳐진다. ‘자연의 에너지, 불’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존재로 발달할 수 있게 해 준 불의 발견과 이용에 대한 전시다.
불피우기 그림자 극장에서는 어린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원형 구조물 밖에서 나무막대, 활, 활비비 등을 사용하여 마찰을 일으키면 불의 사용으로 변화한 인류 문명 발전의 역사 장면이 하나씩 펼쳐진다.
‘도구를 만드는 금속’에서는 금속 문화재의 대표 소재인 철, 금, 청동의 재료적 특성을 탐구하고, 각각 어떤 문화재로 탄생했는지 살펴본다. 쇠를 망치로 두드리면서 단단한 철을 만들어보고, 금관을 머리에 쓰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본다.
또 게임으로 구리와 주석의 합금비율을 살펴보고, 성덕대왕신종, 반가사유상, 청동칼 등 청동으로 만든 문화재의 특징을 이해한다.
제3부 ‘마음을 나누어요’에서는 다양한 언어와 문자, 교통 및 통신수단의 변화와 발전을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공감하며 문화를 일궈냈는지 알아본다.
이번 전시의 마지막 주제 영역은 과거의 역사문화를 통해 미래를 살아나갈 수 있는 지혜를 찾을 수 있도록 생각을 표현하고 마음을 공유하는 체험전시로 조성했다.
‘이모티콘 사진기’는 감정이 바로 얼굴표정에 나타나는 어린이의 특성을 살려, 관람 후 현재 심리 상태에 해당하는 감정 이모티콘을 선택해 함께 사진을 촬영하도록 하였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하는 ‘박물관 오케스트라’는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신나는 체험전시다. 참여 인원이 늘수록 악기가 더해져 음악을 합주한다. 어린이들은 동서양의 악기를 합주하면서 온몸으로 함께하는 기쁨을 알게 될 것이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새로워진 어린이박물관에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역사 문화재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놀이를 통해 역사문화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늘 함께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삶의 아픔 바라본 송상희 개인전 ‘자연스러운 인간’
서울시립미술관은 오는 내년 2월 27일까지 서소문 본관에서 송상희 개인전 ‘자연스러운 인간’을 개최한다.
지난 12월 16일 개막한 ‘자연스러운 인간’은 송상희의 첫 국공립미술관 개인전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의 2021년 전시 의제인 ‘트랜스미디어’와 연관된다.
송상희는 문헌 탐구나 탐방하며 파헤친 내용을 다양한 미디어를 수용하며 섬세한 서사 구조로 풀어내는 독특한 시각 어법을 구축해 왔다.
‘자연스러운 인간’은 무한경쟁 시대에 복잡하고 미묘한 인간의 본성을 탐색하며 공생의 실마리를 얻고자 기획된 전시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에게 새롭게 의뢰한 커미션 신작 6점과 국내에 최초 공개되는 작품 1점을 선보인다.
‘사과’(2021)는 인류가 선악에 눈을 뜨게 된 계기인 금단의 열매에 대해 작가가 궁구한 다양한 함의를 3채널 영상에 담아낸 작품으로, 양가적 구분의 시초인 사과가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전시 서두에서 이분법적 판단에 의심을 던지는 모티프로 활용된다.
2008년부터 작가는 역사적 상흔이 깃든 장소를 실제 탐방하여 감응한 바를 다양한 촬영 방식에 접목하여 전하고 있다. ‘대지의 노래’(2021)는 그간 모아 온 아카이브 영상 선보이는 7채널 설치 작업이다. 바람개비 소리만 들리는 적막함 속에 지난 10여 년간 순례자처럼 길을 밟아온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따라가 보면, 대지의 흐느낌이 느껴질 것이다.
‘꿈’(2021)은 단 채널 영상과 여러 오브제로 구성된 현대판 몽유도원도로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 미래 시점을 함께 아우른다. 꿈 속 무릉도원에서마저 잊을 수 없는 냉혹한 현실에 맞서 우리는 여전히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서글프게도 그 실현은 묘연하기만 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기거, 너 그리고 나’(2018)는 2채널 영상 작품으로 상처로 가득한 우리의 발자취 속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강한 자를 좇아 의태하는 괴물은 ‘너인지? 나인지? 누구인지?’, 또 ‘결국 현재의 우리 또한 또 다른 의태를 통해 생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반추하게 한다.
블루타일 위 이미지, 라이트박스에 설치된 연필 드로잉, 분재 모형으로 구성된 ‘신세계’(2021)는 ‘진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진 인류 문명의 어두운 측면에 주목한다. 분재 모형으로 상징되는 억압된 자유와 생명에 대한 의지는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과 대비되면서 묘한 감정의 미동을 일으킨다.
‘업고’(2021)는 세 가지 내용이 전개되는 연필 드로잉을 지그재그 형식으로 연결한 작품으로 본연적인 한계로 인한 인간의 굴곡지고 결함투성이인 숙명을 약 10m의 작품 길이보다 더한 무게감으로 표현한다.
‘말걸기’(2021)는 상처를 주고받은 우리가 서로 공생할 수 있을까를 되묻는 작업으로, 6개의 드론 스피커와 16개로 분할된 다중화면과 단일화면이 교차되며 말걸기를 이어가는 구조를 지닌다. 조각조각 나뉘는 화면은 분열된 채 살아가는 각자의 불확정적인 정체성과 상대적 관계에서 오는 불협화음의 단상을 보여 주지만, ‘당신’과 ‘나’의 존재와 서로에 대한 인식, 상처의 정체에 대해 되묻는 과정을 통해 조심스레 소통과 융합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송상희 작가의 이번 개인전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멸의 위기에 처한 지구와 인류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위로와 상생의 길을 도모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