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위중증 돌보는 공보의 파견에 내과 전공의 없었다

2021-12-16 16:39
방역 당국, 코로나19 중환자 관리 인력으로 공보의 파견
당초 발표에는 내과 전공의 언급했지만...명단에서는 빠져
"환자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인력 편성과 계획 마련해야"

정부가 지난달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속출하는 수도권에 전공의 수련을 받은 공중보건의사를 파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를 돌볼 수 있는 내과 전공의는 파견 인력에 없으며 운영 인력도 당초 발표 인원에 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중환자 치료 인력인데...내과 전공의 빠져

12월 15일 경기도 오산시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오산한국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대한공중보건의협회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파견된 공보의 대부분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관리와 거리가 먼 전공의다.

지난달 보건복지부는 “수도권의 확진자 증가로 중환자 치료를 맡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의 병상가동률이 높아짐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의 부담 경감을 위해 공공의료인력(공중보건의사 중 전문의 보유자) 파견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시 당국이 공지한 파견 인력은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전문의 50명이다. 파견 기간은 11월 26일부터 2021년 1월 25일까지 2개월이다. 통상 공보의 파견 기간은 2주다. 복지부는 “코로나 환자 진료를 위한 훈련 기간 등을 고려해 파견인력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파견 기간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는 호흡기 감염병으로 내과에서 주로 다루는 질병에 해당한다. 하지만 본지가 입수한 코로나19 대응 공보의 차출 및 배치명단에는 복지부 설명과 다르게 내과 전공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명단에는 소아·청소년 전공의가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성형외과 7명, 피부과 4명 등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질환 치료를 전공으로 하지 않는 전공의가 대부분이었다. 복지부가 언급한 마취통증의학과는 2명에 불과했다.

또한 당초 정부가 발표한 파견 인원은 50명이지만 명단에는 47명만 기재됐다. 공보협 관계자는 “현재 약 40명가량이 파견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50명이었으나 경기도는 파견을 거부하고 중수본이 도서 지역에 있는 공보의들을 요청해 파견이 취소된 인력이 있다”고 말했다.

중수본이 파견한 인력 대부분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배치됐다. 이는 최근 수도권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위중증 환자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준 전국 코로나19 중환자 전담 병상 가동률은 81.4%다. 이 중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병상 가동률은 각각 89.8%, 89.4%, 83.7%로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다. 이를 이유로 의료 인력 파견을 요청한 병원들은 위중증 환자 관리를 할 수 있는 전공의를 기대했지만 다른 전공의들이 투입되면서 일선에서는 혼란이 야기됐다.

공보의가 파견된 병원 관계자는 “중수본이 각 병원장에게 요청 사항을 듣고 부득이하게 차출된 인원들이 왔다. 현재도 공보의들이 근무를 하고 있지만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고 입원 치료하는 병원 특성상 내과 전공의가 아니면 한계가 있어서 업무 조정을 했었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은 아예 파견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공보의 A씨는 “당시 복지부가 배정된 병원 안내를 하루 전에 갑자기 통보했다. 부랴부랴 숙소를 잡은 사람도 있었지만 파견 취소가 되거나 그날 바로 근무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파견 취소 소식도 일부만 받았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파견을 추진해서 갔는데 취소된 이후 원래 근무지에서 이탈 처리가 된 곳도 있었다. 사안이 급한 것은 이해하지만 환자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인력 편성과 운영계획을 생각하고 차출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방역 당국도 문제인지... 의료계 "이번 파견은 잘못된 정책"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미소들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병동에 들어가기 위해 개인보호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수본도 해당 사안을 인지했으나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중수본 관계자는 “코로나 현장에서는 내과 의사분들을 많이 원하지만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다른 과목 전문이라도 투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파견을 추진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공보의 근무지에서도 코로나 업무를 전방위적으로 맡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파견 인력은 코로나19 중환자를 관리하는 업무지만 지자체 사정 등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인력을 교체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번 파견이 잘못된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진수 공보협 회장은 “엄밀히 말해 상급종합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은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내과 전공의다. 전문 과목이 다르면 할 수 있는 일이 생활치료센터에서 보는 경증이나 준중증 환자 치료가 전부다”라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이번 파견 인력은) 이미 상태가 악화돼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된 중환자를 보호하는 인력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현실적으로도 내과 전공 공보의가 많지 않고 일선에서 예방접종 등에 이미 다 파견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는 내과 중에서도 호흡기나 감염이 전문이다. 중환자의 경우는 단기간 트레이닝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과 전공이어야 현장 의료 인력과 환자 치료에 대해 상의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