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이대로 방치하면 10년간 112조원 적자"
2021-12-15 08:33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이 최근 4년 동안 9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이대로 방치하면 보험료를 지금처럼 계속 올려도 10년간 100조원 넘는 막대한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보험업 전반에 건전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손보험은 국민 5명 중 4명(6월 기준 가입자 3930만명)이 가입하고 있는 민영보험이다. 비교적 저렴한 보험료로 값비싼 비급여 진료까지 보장받는 상품으로 국민건강보험과 함께 의료안전망 역할을 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이 앞으로 10년간 실손보험 재정 전망을 분석한 결과 지난 4년간(2017∼2020년) 평균 보험금 증가율과 보험료(위험보험료) 증가율이 계속 유지된다면 내년부터 2031년까지 실손보험 누적 적자가 11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4년간 보험료 인상률은 실손보험 출시 시기(1∼4세대)에 따라 다르지만 연평균 13.4%였다. 보험금은 그보다 더 빠르게 연평균 16.0% 증가했다.
이 추세가 앞으로 10년간 유지된다면 내년에는 위험보험료(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제외하고 보험금 지급에 쓰이는 몫)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 3조9000억원이 모자라고, 부족한 보험료는 2023년 4조8000억원, 2025년 7조3000억원, 2027년 10조700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10년 후인 2031년에는 한 해 적자가 무려 22조9000억원에 달해 10년간 적자의 합계는 11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정 실장은 내다봤다.
2018년 1조1965억원이던 적자는 계속 늘어 올해 역대 최대인 3조6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최근 5년간 누적 적자만 9조원에 달한다. 실손보험 손해율 131.0%(올해 9월 기준)는 보험사가 보험료로 100만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31만원을 지급하고 있다는 의미다. 당장 보험료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을 늘릴 뿐 아니라 실손보험 적자의 주원인인 비급여 과잉 진료가 지속될 경우 결국 '보완관계'인 건강보험의 존립까지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의료의 적용, 가격, 빈도 등은 전적으로 의료기관 자율에 맡겨져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잘못된 상품 설계와 과잉진료에 따른 비용 부담을 과반수 선량한 가입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진료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실손보험은 보험업계 전반을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며 "보험료 부담 급증에 따른 중도해지와 가입 제한, 예금보험기금 손실 등 대규모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