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한 구도심에 MZ세대 몰린다… ‘상권 르네상스’ 효과 톡톡

2021-12-03 07:50
중기부, 지역특색 살린 상권지원사업 성과
최대 120억 투입, 환경 개선·개발·홍보까지
강진·진주·동작 등 전국 20곳서 상생활동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앞줄 가운데)이 11월 2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열린 동작 링크 상권과 롯데칠성음료 간 ‘지역상권 상생프로젝트’ 업무협약식을 마치고 남성사계시장과 이수미로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 경남 진주시 로데오거리는 한때 전국 3대 패션 상권으로 꼽혔으나 유동인구가 점차 줄며 구도심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맛집 특화거리를 꾸리고 매대 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점포 영업이 활성화하고 있다. 상권 내 점포에는 배달 서비스를 도입해 금세 주문건수 1000건, 매출 1800만원을 훌쩍 넘겼다. 
 
#.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는 사당역과 이수역을 연결하는 테마 거리인 ‘사이다 거리(42 스트리트)’가 조성돼 있다. 이곳에는 조만간 공방 굿즈를 판매하는 편집숍과 꽃길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전통시장을 MZ세대의 취향이 담긴 공간으로 꾸며 일명 ‘핫플레이스’로 만든다는 목표다.
 
젊은층의 발길이 끊긴 전통시장과 쇠퇴한 원도심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지역상권 활성화 프로젝트인 ‘상권 르네상스’ 사업이 현장에 안착한 결과, 상권이 부활하고 상인들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상권 르네상스는 전통시장, 상점가와 주변 상권을 묶어 지역 특색을 반영한 테마구역을 조성하고 특화 상품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선정된 상권을 대상으로 거리 조성부터 상인 교육, 문화·예술 공연 개최까지 종합적인 지원이 이뤄진다.
 
지원 대상은 전통시장법 제2조 제4호에 따른 상권활성화구역으로 △시장·상점가·골목형상점가를 하나 이상 포함 △상업지역 50% 이상 △시·군·구 인구 50만명 이상 점포수 700개, 50만명 미만은 400개 이상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당 구역 내 시장·상점가의 매출액 혹은 해당 구역이 속한 행정동의 인구·사업체 수가 최근 2년간 계속 감소해 주요 상업활동이 위축됐거나 위축될 우려가 있어야 한다.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 구역당 5년간 80억원(국비 50%, 지방비+자부담 50%) 내외의 지원이 이뤄진다. 단 상권 규모와 특성에 따라 최소 60억원에서 최대 120억원까지 지원 규모를 차등화했다. 
 

전남 강진 상권에서 제작한 강진책빵(왼쪽)과 한입전병. [사진=중기부]

중기부는 2018년부터 5차례에 걸쳐 총 20곳의 상권을 사업 대상지로 선정하고 쇼핑·커뮤니티·창업 등이 이뤄지는 상권으로 만들어 왔다. 구체적으로 노후화된 거리를 정비하고 테마별 거리 디자인을 하는 환경 개선 사업부터 테마존 운영, 특화상품 개발, 판로 지원, 홍보 등 활성화 사업을 지원했다. 
 
2018년 9월 상권 르네상스 사업 첫 대상지로 선정된 전남 강진군 강진읍 상권의 경우 △중앙통길 △극장통길 △보부상길 △도깨비시장길 △미나리방죽길 등 5대 특화거리가 조성됐다.
 
이 상권에선 강진읍 상권 특화 브랜드인 ‘강진품애’를 제작하고 강진의 역사와 자원인 다산정약용, 백련사 동백나무숲, 황칠나무 등을 활용한 특화상품을 개발했다. 이 중 강진책빵, 유기농 동백오일, 한입전병 등은 오픈마켓에 입점하고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2019년 5월 2차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진주 상권의 경우 테마거리 조성에 중점을 뒀다. 논개시장에는 면(麵) 특화 거리인 ‘누들로드’를 조성하면서 공실이던 점포에 8개 사업장이 들어서는 성과를 거뒀다. 진주 로데거리에도 맛집 중심 특화 공간인 ‘마이무 푸드존’을 조성해 현재 7개 점포가 활발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인구는 많지 않았으나, 이를 계기로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해 총 1600여명의 이용객을 유치했다.
 

경남 진주 로데오거리에 조성된 '마이무' 푸드존 특화거리. [사진=중기부]

대기업도 이 같은 성과에 주목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 조성된 ‘동작 링크(LINK) 상권’과 지역상권 상생 프로젝트를 함께하기로 했다. 
 
동작 링크 상권은 사당과 이수 사이에 위치해 일명 ‘사이다’ 거리로 불린다. 롯데칠성음료는 자사 대표 음료인 ‘칠성사이다’ 브랜드를 활용해 다양한 상생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우선 해당 상권을 대상으로 유해환경 개선사업, 거리 브랜딩은 물론 상인들을 위해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 지원, 메뉴판 디자인컨설팅에 나선다. 또한 공방거리 활성화를 위해 공방 제품 및 굿즈를 판매하고 소비자 체험을 유도하는 편집숍을 운영할 계획이다. 공방제품은 칠성몰 등 온라인 쇼핑몰에도 입점한다.
  
중기부는 앞으로도 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화가 확산됨에 따라 기존 사업을 디지털 영역으로 확대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스마트화를 지원하는 ‘디지털 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본격화한다.
 
중기부는 지난 10월 디지털 상권 르네상스 시범사업 공모를 시작했으며 내년 1월 중 2곳 내외를 선정해 3년간 지원할 예정이다. 선정된 상권에는 스마트 상점(스마트 오더), 스마트 슈퍼(무인 점포), 스마트 공방(사물인터넷) 등을 도입하고 CCTV 및 사이니지를 설치해 스마트 특화 거리를 조성한다.
 
해당 상권을 대상으로 모바일을 통한 근거리 배송체계 구축, 온라인 유통 플랫폼 입점 지원,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상품판매 등 온라인 판로 지원에도 나선다. 뿐만 아니라 특화상품 체험, 온라인 판매지원 스튜디오 제공, 문화‧예술 공연 및 지역축제 연계 판매 등 종합 지원을 제공한다.
 
사업의 법적 기반도 강화한다. 내년부터 사업의 근거 법령을 기존 ‘전통시장법’에서 ‘지역상권법’으로 변경해 상권 중심의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사업은 규모가 큰 상권 위주로 진행되고 있고 상인들이 재단에 의견을 제시하는 등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향후 중기부는 소규모 상권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고 상인이 자율적으로 조합을 구성해 직접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보다 세밀하고 특색 있게 지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상권 르네상스 사업은 어려운 상권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며 “사업의 확산과 성장을 통해 상인, 주민, 지자체와 기업 간의 새로운 지역 상생 모델을 계속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