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달리는 '보령해저터널'로 해수면 80m 아래 가보니
2021-11-29 08:12
해저 밑 6.92km…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해저터널
기존 90분 걸렸던 보령~태안 거리 10분으로 단축
기존 90분 걸렸던 보령~태안 거리 10분으로 단축
25일 방문한 우리나라 최장 해저터널인 '보령해저터널'은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터널 안으로 들어갈 때는 물론이고 터널 밖으로 나올 때도 평지를 가는 기분이었다.
보령해저터널은 해저 밑 6.92km를 관통하는 세계에서는 다섯 번째, 국내에서는 첫 번째로 긴 터널이다. 가장 낮은 지점은 해수면으로부터 80m, 해저면으로 55m 밑이다.
터널은 부산~경기 파주 국도 77호선 가운데 유일하게 단절돼 있던 보령~태안을 연결한 도로(14.4km)의 일부 구간이다. 지난 2019년 개통한 원산안면대교(2공구, 코오롱글로벌 외 4개사)에 이어 보령해저터널(1공구, 현대건설 외 7개사)이 다음 달 1일 개통하면 전 구간이 완료된다. 2010년 착공을 시작한 지 11년 만에 준공되는 것이다.
기존에는 보령에서 태안까지 육지로 가려면 75km를 우회해야 해서 차로 1시간 30분이 걸렸지만, 보령~태안 도로건설사업이 완료돼 앞으로는 10분이면 오갈 수 있게 됐다. 이동거리도 기존 95km에서 14km로 총 81km가 단축됐다. 특히 충남 보령 대천항과 원산도를 잇는 보령해저터널은 악천후에도 언제든 서로를 오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터널 감리를 맡은 이상빈 제일엔지니어링 감리단장은 “태풍이 부는 날에는 여객선 운행이 중단돼 보령에서 원산도로 가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며 “기존에 여객선을 타면 원산도까지 20분이 넘게 걸렸지만 터널이 뚫린 덕분에 앞으로는 차로 6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저 55m를 굴착해 선박 충돌 위험도 없기 때문에 대형 선박들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도로 건설 성공으로 보령과 태안은 관광벨트로 묶이게 됐다. 과거에는 바다로 단절돼 관광객들이 태안 혹은 보령만 관광하고 떠났지만 이제는 두 지역을 쉽게 방문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보령해저터널은 국내 최장 해저터널이자 국내 최초로 ‘나틈공법’이 적용된 터널이다. ‘나틈공법’은 암반을 폭파한 뒤 굴착 작업을 하고 콘크리트를 뿜어 옷을 꿰매듯 보강하는 방식이다. 육상에서 만든 구조물을 바닷속에 가라앉혀 연결하는 ‘침매공법’이 아닌 ‘나틈공법’을 쓴 것은 강한 암반과 약한 암반이 섞여 있는 등 지질조건이 균일하지 않아서다.
이렇듯 화약발파 등 공정 대부분이 해수면 아래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시공 과정에서 암반 사이로 나오는 바닷물 유입 차단이 모든 공정의 1순위 과제였다. 이 감리단장은 “나틈공법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2m 굴착에 한 달이 걸릴 정도로 안전하게 시공하려고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터널 안에서 생기는 지하수(해수)를 처리하기 위해 터널 내 최하단 지점에 집수정을 설치했다. 집수정으로 유입된 지하수는 수중 배수펌프 가압 후 배수관을 통해 터널 외부로 강제 배수된다. 펌프는 총 2기가 운용되고 예비 2기, 운용 및 예비펌프 교체용 2기를 따로 마련했다. 만일에 펌프가 고장나더라도 즉시 교체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