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증권사 사후규제보다는 사전감독 강화할 것"

2021-11-23 15:43
금융감독원장-증권사 CEO 간담회
시장조성자 교란행위 과징금 재검토
시장조성자 제도 문제점 파악해 개선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 수장들을 만나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사전적인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개선하고 조치한 경우에는 이를 존중하고 시장조성자 시장질서교란행위 과징금에 대해서는 재검토하고 있다며 다소 유화적인 표현도 덧붙였다. 또 시장조성자 제도에 대해서도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부연했다.

정 원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금융감독원장-증권회사 CEO 간담회'를 열고 증권사 주요 관계자와 자본시장의 주요 현안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는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수석 부회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 △서병기 IBK투자증권 대표 △고경모 유진투자증권 대표 △기동호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대표 등이다.

이날 정 원장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와 사전 감독 강화다. 그간 증권사 등 자본시장 참여자는 금융시스템 리스크와 연계성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원장은 "자본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증권사 대형화, 초대형IB 출현, 금융시스템과의 연계성 확대 등으로 증권사가 시장리스크의 중심에 서게 됐다"며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보다 수익성 추구에 집중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잠재 리스크 요인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증권산업과 개별 회사의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사전적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먼저 준비하고 있는 방안은 현장 밀착형 상시감시로 이를 통해 리스크 취약 부문을 발굴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활용할 방침이다. 또 증권사에도 법과 원칙, 사전·사후 감독의 균형, 투자자 보호의 3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할 예정이다.

정 원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스트레스 테스트는 금융시장 환경변화에 따른 증권사의 영향을 중점적으로 관찰할 계획"이라며 "사전적인 위험 감지와 사전 감독에 비중을 두고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증권사를 규제만으로 대하지는 않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검사 과정에서 지적사항에 대해 충분히 소통함으로서 제재의 예측 가능성과 수용성을 확보하겠다고 부연하면서다. 금감원은 또 자율적으로 문제를 개선 및 조치한 경우에는 그 결과를 존중하겠다고도 첨언했다. 검사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더라도 증권사가 사후 조치를 충분히 취한다면 이를 고려하겠다고 퇴로를 열어준 셈이다.

시장조성자 증권사가 시장교란행위를 했다며 9개 증권사에 약 480억원의 과징금을 통보한 것에 대해서도 규제 강도를 낮출 수 있다고 내비쳤다. 정 원장이 처벌수위와 과징금 규모, 제도 등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다.

정 원장은 "시장조성자 제도와 관련해 2016년부터의 자료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또 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확인하는 중"이라며 "시장조성제도의 개념과 범위, 과징금 등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운영현황과 해외사례 등을 감안해 제도적 개선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