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잇(IT)슈] 중국 규제도 못 막은 中 빅테크의 '메타버스 사랑'

2021-11-21 06:00
텐센트·화웨이 등 ​빅테크, 메타버스에 출사표
중국 당국, 메타버스에 규제 칼날 겨눌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타버스(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경쟁에 있어 넷이즈는 누구보다 빨리 달릴 것이다."<딩레이(丁磊) 넷이즈 창업자>
"텐센트는 메타버스에 접근할 수 있는 많은 기술과 능력을 구축하고 있다."<류츠핑(劉熾平) 텐센트 총재>


최근 메타버스를 둘러싸고 중국 당국의 규제와 경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중국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은 앞다퉈 메타버스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메타버스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ICT 기술과 결합해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확장된 공간을 의미한다. 최근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을 바꾸는 등 글로벌 거물까지 나서서 메타버스에 뛰어들며 투자 열기가 과열되고 있다. 
 
텐센트·화웨이 등 ​빅테크, 줄줄이 메타버스 출사표
메타버스에 가장 열의를 보이는 중국 기업은 게임 공룡 텐센트다. 텐센트의 고위급 관계자가 최근 공식적인 자리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의견을 처음으로 밝혔다. 

류츠핑 텐센트 총재는 앞서 10일 실적 발표회에서 메타버스 기술 개발 계획을 공개하며 메타버스 기술 투자를 늘리고 게임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텐센트는 다양한 게임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한 이후 VR기기 등 하드웨어 기술이 준비되는 시기에 메타버스 시장에서 기회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텐센트 측은 메타버스가 기존 소셜네트워크에도 부가가치를 가져다주는 동력이 될 것이라면서, 가상현실과 현실 세계의 상호 작용이 중요한데 메타버스가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도 기대했다. 

또 관련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 대표 매스미디어 란써광뱌오(蓝色光标, 블루포커스)와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 란써광뱌오는 최근 텐센트와 메타버스 관련 기술 개발팀을 조직했으며 가까운 시일 안에 메타버스 사업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한 바 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도 메타버스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18일 중국 증권 매체 증권지성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전날 밤 신제품 발표회에서 2세대 가상현실(VR) 글래스 6DoF(6방향 자유도)를 공개했다. VR 디바이스는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화웨이 2세대 VR 글래스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OS)인 훙멍(鴻蒙·Harmony)OS를 탑재해 장비 간 서로 연결되고 통하며(互聯互通), 다원화적으로 화웨이가 꿈꾸는 스마트산업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는 화웨이가 예상보다 적은 판매량으로 인해 만들수록 손해를 입는다는 이유로 1세대 VR 글래스의 생산을 중단한 지 약 1년 만에 2세대를 내놓은 것이다. 앞서 화웨이는 지난 2019년 세계VR산업대회에서 화웨이 VR글래스를 발표하면서 VR산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화웨이 VR글래스는 기존 VR글래스 대비 이상적인 글래스 형태에 가까웠단 점에서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화웨이 측은 VR 글래스 지원기기를 고급 기종에만 국한됐던 1세대 글래스와 달리 모든 기종과 호환이 될 수 있게 했으며, 6DoF를 적용해 실제 게임을 즐길 때 사용자의 움직임 반영을 극대화한 것도 장점이다.

이밖에 최근엔 메타버스 관련 협회도 처음으로 설립되기도 했다. 지난 11일 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 등 중국의 3대 이동통신사는 IT기업과 협력해 중국 최초의 메타버스 관련 협회를 구성했다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3대 이통사는 IT기업과 함께 5G 인프라, 클라우드 게임 및 VR기술을 활용해 메타버스 관련 기술을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2위 게임회사 넷이즈도 발 벗고 나선 상태다. 지난 5일 넷이즈와 메타버스가 합쳐진 상표 '넷이즈 메타버스' 등 메타버스 관련 상표 등록을 신청한 이후 메타버스 관련 사업 계획을 속속히 발표하는 등 관련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화웨이의 2세대 VR글래스 [사진=웨이보 갈무리] 

중국 당국, 메타버스에 규제 칼날 겨눌까
중국 빅테크들은 '메타버스'라는 미래 먹거리 선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아니다. 현재까지 메타버스와 관련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중국 관영 언론을 활용해 메타버스가 국가 안보에 정치적, 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관영 언론이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잇단 관영 언론의 각종 산업 비판 보도에 투자자들이 일희일비하는 이유다. 지난 8월 중국 관영 언론이 온라인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고 비판해 관련주 폭락을 초래한 바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8일 공식 위챗 계정을 통해 "현재 메타버스 시장은 초기 단계이며, 관련 기술도 성숙되지 않았다"며 발전을 위한 견고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증권시보가 메타버스 시장에 대한 비판 글을 게재한 지 두 달 만이다. 증권시보는 당시 메타버스라는 허황된 개념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다가는 결국 자신의 '돈주머니'만 탈탈 털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언론의 경고에도 중국 메타버스 관련주는 무섭게 치솟았다. 특히 중국 게임업체 중청보(中青寶, 300052, SZ)의 주가는 최근 두 달 만에 4배 가까이 뛰었고, 시가총액(시총)도 '100억 위안 고지'를 넘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메타버스를 둘러싼 우려가 큰 건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 상장사 가운데 대다수 업체가 메타버스 사업에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상보에 따르면 11월 들어 10개 업체가 잇달아 중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주가 폭등으로 회사 업무와 메타버스 간 연관성에 관한 설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받았는데, 일부 업체는 치솟는 주가에 비해 실적은 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85개 메타버스 테마주 중 다푸커지(大富科技, 300134, SZ), 자촹스쉰(佳創視訊, 300264, SZ) 등 6개 종목은 올 1~3분기 적자를 냈으며 30개 종목은 올 1~3분기 순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