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왕훙의 위력...화장품공룡 로레알도 '백기'

2021-11-18 14:20
"협력 중단" 로레알에 선전포고한 中 리자치·웨이야
'완판' 보장하는 왕훙 라방···12시간 거래액만 2조원

중국 투톱 왕훙 웨이야(왼쪽)와 리자치

수천만명의 팔로워를 등에 업은 중국 양대 왕훙(網紅·온라인스타)의 막강한 영향력에 글로벌 화장품 공룡 로레알도 백기를 들었다. 최근 중국 내 라이브 방송판매(라이브커머스) 열기 속 중국 시장 공략 마케팅의 ‘갑’이 된 왕훙의 입김도 막강해진 모습이다. 
 
"협력 중단할 것" 로레알에 선전포고한 中 투톱 왕훙
18일 중국 증권시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중국 투톱 왕훙 리자치(李佳琦)와 웨이야(薇婭)는 로레알 측에 ‘허위 광고’를 문제 삼아 앞으로 협력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로레알은 올해 중국 최대 쇼핑의 날인 11·11 광군제(光棍節) 사전판매 행사 기간인 10월 리자치와 웨이야의 타오바오몰 라방을 통해 자사 앰플 마스크 제품을 팔았다. 최저가를 강조한 이 마스크 제품값은 50개 들이에 429위안(약 8만원). 여기에 각종 쿠폰 할인을 받아 라방 시청자들이 구매한 가격은 최저 368.94위안이었다. 당시 로레알 측은 리자치·웨이야 라방에서 연중 최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로레알은 11월 11일 광군제 당일에도 타오바오몰에서 직접 라방을 진행해 해당 마스크 제품을 팔았는데, 이때 소비자들은 로레알이 제공한 각종 할인 쿠폰을 받아 동일한 제품을 최저가 257.7위안에 구매했다. 리자치와 웨이야 라방보다 100위안 넘게 저렴한 가격이다.

그동안 '최저가'를 매번 내세워 '완판' 신화를 이뤄낸 리자치와 웨이야는 로레알의 허위 광고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게 됐다며 즉각 항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로레알 측과 수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로레알과 어떠한 형태의 협력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2만여명의 중국 소비자들도 두 왕훙에 힘을 보탰다. 중국 소비자신고 플랫폼 헤이마오(黑貓)에는 소비자를 차별한 로레알 측에 환불과 배상을 요구한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중국 최대 SNS 웨이보에서 '리자치·웨이야, 로레알과 협력 중단 선언'이란 해시태그 누적 조회 수만 6억8000만뷰를 넘어서며 17~18일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했다. 

처음엔 광군제 기간 소비자들은 다양한 할인 행사에 참여하고 제공받는 쿠폰도 각각 다르다며 최저가 논란에 선을 그었던 로레알도 결국엔 백기를 들었다. 로레알 측은 18일 새벽 공식 웨이보를 통해 “즉각 대응팀을 꾸려 정부 관련 부처와 소통해 소비자들의 관련 문의를 처리할 것”이라며 “모든 관련 소비자의 이익을 보장한다는 전제 하에 타협·해결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리자치의 광군제 로레알 마스크팩 라방 [라방 갈무리] 

'완판' 보장하는 왕훙 라방···12시간 거래액만 2조원
사실 로레알은 올해 광군제때 이들 왕훙을 앞세워 타오바오몰 라방에서만 해당 마스크팩 제품을 5억 위안(약 927억원)어치 넘게 팔았다. 로레알은 애플과 함께 올해 타오바오몰 광군제 행사기간 총 100억 위안 넘는 기록적인 매출을 올린 기업이다.

하지만 결국 왕훙의 위력에 어마어마한 차액 배상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중국소비자권익보호법에 따라 로레알의 허위광고 행위가 인정될 경우 판매가격의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액을 물릴 수 있다고도 보도했다. 글로벌 화장품 공룡도 꼼짝 못할 정도로 중국 왕훙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로레알을 향해 선전포고한 리자치와 웨이야는 중국 왕훙을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다. 팔로워 수만 4000만~50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라방을 한번 진행하면 거의 '완판'은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 리자치는 광군제 사전 예약 행사가 진행된 지난달 20일 12시간 진행된 라방에서 누적 거래액 106억5300만 위안(약 2조원)의 기록을 세웠다. 같은 기간 웨이야의 라방 거래액도 82억520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둘이 합쳐서 12시간 내 180억 위안(약 3조3000억원) 넘는 거래액을 기록한 셈이다. 지난해 광군제 때보다 3배가 넘는 수준이다. 둘의 라방 시청자 수만 5억명이 넘는다.

올해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들도 광군제 때 웨이야와 리자치를 적극 활용해 짭짤한 효과를 거뒀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웨이야 라방을 통해 모 화장품 세트를 3만4000개 이상 팔았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들의 라방에 소개되면 일단 대박을 터뜨리니 그만큼 섭외료도 비싸다. 중국신문주간은 특히 광군제 기간 리자치·웨이치 라방에서 제품을 홍보하는 데 드는 비용만 50만~60만 위안(약 1억1000만원)에 달하고, 수수료 20%는 별도로 떼간다고 보도했다. 

중국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가 날로 커지며 왕훙들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패스트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라방을 통한 거래건수만 1조900억건이다. 전년 동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온라인쇼핑에서 라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17.9%로, 지난해 말 10.95%에서 7% 가까이 늘었다. 중국 전체 소비액 중 라방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 3.29%에서 5.16%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