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중독(中讀)] 中 식품업체 가격 인상 ‘독’ 될까… 소비자 불만 폭발

2021-11-18 04:00
해천미업 필두로 중국 식품 업체들 잇달아 가격 인상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 입 모아
소비자들 불만 폭발에 일부 업체 우려도 커져

해천미업 공장서 간장 제조하는 모습 [사진=해천미업 홈페이지 갈무리]

“시미유염장초차(柴米油鹽醬醋茶)가 모두 올랐다.”

시·미·유·염·장·초·차란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에서 뗄 수 없는 7가지 필수품을 말한다. 각각 뗄감, 쌀, 기름, 소금, 간장, 식초, 차라는 의미다. 중국인이 이 필수품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남송시대부터 이어진 ‘개문칠건사 시미유염장초차(開門七件事 柴米油鹽醬醋茶)’라는 말에서 엿볼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대문을 열면서 걱정해야 하는 7가지 중요한 일이라는 뜻으로, 서민들이 이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는 의미도 숨어있다.

그런데 최근 이 시미유염장초차의 가격이 모두 올랐다. 지난달부터 중국 주요 식품 업체들이 잇달아 제품 가격 인상을 발표한 것이다.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당한 인상인지를 따져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간장·간식·식초 업체들 잇따라 가격 인상 

중국 면 제조 업체인 커밍식품(克明食品)은 최근 공고를 통해 밀가루, 포장 재료, 운송비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자사 주요 제품 가격을 내달 1일부터 인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뒤이어 14일 중국 대표 반찬인 채소절임 자차이(榨菜) 제조업체 푸링자차이(涪陵榨菜)도 공고를 내고 일부 제품의 공장가격을 인상했다고 발표했다. 푸링자차이는 “이미 지난 12일부터 인상된 가격이 적용됐다”며 “각 제품의 인상 폭은 3~19%”라고 설명했다.

커밍식품과 푸링자차이의 가격 인상 소식에 시장은 들썩였다. 커밍식품은 지난 2012년 3월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후 단 한 차례도 가격을 인상한 바 없는 서민 대표 식품업체다. 푸링자차이도 중국의 서민 반찬 자차이의 대표 기업이다. 이들 기업의 가격 인상이 다른 식품 가격 인상보다 서민들에게 충격을 준 이유다.

사실 중국 식품업계는 지난 10월 25일 중국 대표 간장 제조업체인 하이톈웨이예(海天味業·해천미업)를 필두로 가격 인상을 이어가고 있다. 해천미업이 간장, 굴소스 등 자사 제품 가격을 3~7% 인상한 이후 열흘 뒤, 해바라기씨 간식으로 유명한 중국 차차식품(洽洽食品, 002557, 선전거래소)도 식품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해바라기씨와 호박씨, 수박씨 관련 제품 가격을 최저 8%에서 최고 18%까지 올린다는 것이었다.

뒤이어 효모 가공식품 생산업체인 안기효모(安琪酵母)가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제조·관리 비용 상승 여파로 일부 제품가격을 인상했다. 훠궈 등 냉동식품 제품업체인 안정식품(安井食品)도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안정식품은 이달부터 일부 제품가격을 3~10% 인상했다.

중국 대표 식초 업체인 항순초업(恒順醋業)은 원자재와 운송 비용 등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상은 오는 20일부터 본격 적용되며 인상 폭은 제품 별로 5~15%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묵 및 쌀국수 등 냉동식품 제조업체인 하이신식품(海欣食品)도 같은 이유로 자사 제품 가격을 3~10% 인상했으며, 가가식품(加加食品)도 간장 및 굴소스 등 제품가격을 16일부터 3~7% 올렸다.

이외 설천염업(雪天鹽業)과 소염정선(蘇鹽井神) 등 소금 회사들도 공업용 소금 가격이 30~50% 올랐다는 이유로 각각 자사 소금 값을 10% 이내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소비자 85%, 차차식품 과쯔 가격 인상 인정 못해 

이처럼 식품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서 소비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인의 대표 간식인 과쯔(瓜子·해바라기씨 등에 소금과 향료를 넣고 볶은 것)의 가격 인상에 대한 논란이 최근 불거졌다.

중국 36커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16~42세 남녀를 대상으로 차차식품의 가격 인상을 수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85%가 가격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 중 일부는 가격이 인상된 차차식품 제품을 구매하지 않거나, 구매량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문제는 과쯔 업계는 소비자가 얼마든지 제품 브랜드를 갈아탈 수 있다는 점이다. 과쯔는 제품 가격이 비교적 저렴할 뿐 아니라 업계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이다.

식품업체들 입장에서는 원재료 비용 상승에 따른 재정적 압박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마음 놓고 가격을 인상했다간 힘들게 얻은 소비자를 한순간에 잃을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성장 둔화세를 겪고 있는 차차식품의 경우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면 그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차차식품의 매출은 지난 2018~2020년 각각 41억9700만, 48억3700만, 52억8900만 위안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같은 기간 성장률은 각각 16.5%, 15.25%, 9.35%로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회사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과쯔 매출 성장률이 해마다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쯔 가격을 인상하면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향상과 주가 상승 등으로 손해를 피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소비자의 대거 이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일각에서는 차차식품뿐 아니라 다른 식품 업체들도 이 같은 가격 인상 부작용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런 부작용은 대형 기업들보다 중소기업들에 영향이 클 것이라고 36커는 지적했다.

◆식품 업체 가격 인상 춘제까지 이어질 듯... CPI도 상승 전망 

문제는 앞으로도 식품 업체들의 제품 가격 인상 행렬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식품산업 애널리스트 주단펑(朱丹蓬)은 “식품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며 내년 춘제(春節·중국 설) 전후로 곡물, 기름 가격도 한 차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실제 중국 대표 식용유 업체인 진룽위(金龍魚·금용어)는 최근 한 투자 커뮤니티를 통해 “아직 가격 인상을 공식 발표하진 않았지만, 원가 상승 여파로 곧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도 점쳐진다. 최근 치솟고 있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세가 소비자물가 상승세로 전이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10월 PPI는 전년 동월 대비 13.5% 뛰었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6년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CPI 상승률도 1.5%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징 리우 HSBC 중화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PPI가 CPI로 전가되는 현상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중국의 CPI 상승률이 1.5%p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