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127큐비트 프로세서 공개…"2년내 양자컴퓨터 실용화"

2021-11-16 09:54
제이 감베타 부사장 "연구자 外 활용 가능성 열려"
2023년 1121큐비트 실현…"진정한 양자우위 시작"

제이 감베타(Jay Gambetta) IBM 펠로우 겸 IBM 퀀텀 부사장 [사진=IBM 제공]


IBM이 127큐비트 프로세서 '이글(eagle)'을 공개하고 2년내 양자컴퓨터의 실용화 시대가 도래한다고 예고했다.

제이 감베타(Jay Gambetta) IBM 펠로 겸 IBM 퀀텀 부사장은 최근 양자컴퓨터 연구성과와 로드맵을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감베타 부사장은 "1000큐비트를 구현할 수 있는 단계가 되면 필요한 사람들이 쉽게 양자컴퓨터를 쓸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시점은 대략 2023년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쉽게 쓸 수 있다는 얘기는 '양자물리학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수준을 뜻한다"라며 "우리는 이 단계를 '마찰 없는(frictionless) 상태'라고 표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2023년에는 양자우위의 예제를 몇 가지 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고, 그 예제를 사람들이 실용적인 수준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은 그보다 몇 년 이후가 될 것"이라면서 "정말 실용적인 양자컴퓨터를 언제 쓸 수 있느냐에 대해 기한을 못박아 답할 수는 없지만 대략 10년 이내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고 언급했다.

IBM은 자체 하드웨어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는 극소수 민간기업 중 하나다.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위한 자체 프로세서로 지난 2019년 27큐비트 프로세서 '팔콘(Falcon)'을 선보였고, 작년 65큐비트 프로세서 '허밍버드(Hummingbird)'에 이어 이날 127큐비트 프로세서인 '이글(Eagle)'을 공개했다. 이글 프로세서로 기존 대비 100배 빠른 양자컴퓨터 애플리케이션 구동 속도를 낼 수 있다.

감베타 부사장은 "2019년 팔콘 프로세서 시스템을 내놓을 당시 시스템 수율을 달성하는 것이 숙제였고 작년 허밍버드 프로세서를 만들 땐 양자컴퓨터에 필요한 구성요소의 수를 줄이고 멀티플렉싱이 가능하게 만드는 과제가 있었다"라며 "이번에 발표하는 이글 프로세서는 사상 최대의 (큐비트를 다루는) 양자컴퓨터로, 전통적인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두 자릿수 큐비트 규모의 양자컴퓨터는 양자 기술을 활용하지 않은 기존 디지털 컴퓨터 시스템에서 그 계산 과정과 결과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으로 테스트와 검증을 할 수 있었지만, 100개 이상의 큐비트로 작동하는 양자컴퓨터에 대해서는 더 이상 그런 예측과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단계 너머로 양자컴퓨터를 더 발전시키려면 양자컴퓨터 하드웨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제이 감베타(Jay Gambetta) IBM 펠로우 겸 IBM 퀀텀 부사장이 15일 미디어 브리핑에서 양자컴퓨팅 개발 성과와 로드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IBM 제공]


이런 점에서 감베타 부사장은 "이글 프로세서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양자컴퓨팅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고 본다"라며 "프로그램과 애플리케이션을 넘어 전혀 새로운 하드웨어를 필요로 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글 프로세서는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단계로 완성돼 있고 연말부터 선별된 고객이나 파트너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IBM의 양자컴퓨터는 '퀀텀 네트워크'에 가입한 세계 각국 기업·기관 회원들이면 쓸 수 있다. 한국에는 카이스트, 성균관대학교, 연세대학교 등 학교 등이 회원이다. 감베타 부사장은 "유수의 한국 대학이 퀀텀 네트워크에 가입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면서 "과학계와 산업계 참여로 세계적인 양자컴퓨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만이 이 분야를 빠르게 발전시킬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감베타 부사장은 "화학·에너지·물리·수학 분야에서 전통적인 컴퓨터로 할 수 없거나 말도 안되게 긴 시간이 소요되는 계산을 양자컴퓨터로 빠르게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라며 "100개 이상의 큐비트를 지원하는 이글 프로세서를 사용할 고객들도 화학, 입자 시뮬레이션, 머신러닝, 최적화 문제 해결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23년 1000개 이상의 큐비트를 담은 프로세서와 여러가지 다른 소프트웨어 발전 로드맵이 실현되면 진정한 양자우위를 달성할 수 있다"라며 "양자우위를 달성한다면 더 저렴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의 해법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자컴퓨터가 일정 수준 이상 발전하면 큰 파급력을 갖게 된다고 보고 연구자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IBM의 양자컴퓨터 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IBM은 내년에 433큐비트를 다루는 차세대 양자컴퓨터 프로세서 '오스프리(Osprey)'를 선보이고, 내후년인 2023년에 1121큐비트 프로세서 '콘도르(Condor)'를 개발한다. 이 시점부터 양자컴퓨터 하드웨어를 활용한 커널, 알고리즘, 모델 개발이 가능해지고 부분적인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IBM은 예상하고 있다.

감베타 부사장은 "이글 프로세서를 만들기 위해 프로세서에 여러 층을 두고 3D패키징, 멀티레벨 와이어링 등 다양한 신기술을 개발해야 했다는데, 이 기술을 가지고 1000큐비트 이상의 프로세서 구현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다"라며 "다음 목표인 1121큐비트 프로세서와 2023년 양자우위를 실현하는 미래를 향해 계획대로 진전시키고 있다"라고 첨언했다.

IBM 양자컴퓨터 로드맵의 2024년 이후는 1000큐비트부터 100만큐비트 이상을 다루는 프로세서가 개발될 수 있는 시대다. 2024년에는 클라우드 API 형태로 이런 다수의 큐비트를 사용하고 오류정정을 검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2025년에는 고성능컴퓨팅(HPC)과 양자컴퓨터시스템 자원을 활용해 양자컴퓨터 사용 방식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IBM 양자컴퓨터 개발 로드맵. [자료=IB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