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전문가에 묻다-②환경] '메가트렌드' ESG M&A, 폐기물 다음은 '재활용'
2021-11-10 18:01
기업 인수합병(M&A) 거래에서 사고파는 양측이 주연(主演)으로 활약한다면, 이들 사이에서 딜을 주관하고 자금조달을 주선하는 등 조연(助演)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M&A거래가 예전에 비해 정교해지고 세분화되면서 거래를 자문하고 컨설팅하는 파트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는 특히 회계사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이제는 M&A 자문 업무가 회계법인들의 주요 사업 분야 가운데 하나로 당당히 자리잡았다. 이에 아주경제는 이 분야의 최고 회계사들을 소개하고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자본시장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전문가들을 만나 아직은 쉽지 않은 분야로 여겨지는 M&A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부터 폐기물 산업의 지형도가 요동치는 중이다. 지난해 폐기물 업계 1위의 주인이 바뀐 가운데, 현재는 업계 2위 업체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다. 지난 10년간 환경 관련 기업의 가치는 2배가량 올랐고, ESG가 '메가트렌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에 폐기물 업계 1·2위 업체의 손바뀜이 이뤄진 뒤에도 환경 섹터의 M&A가 주춤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재활용 분야가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이동근 전무는 "작년 SK에코플랜트와 같은 국내 굵직한 대기업이 들어왔다는 점은 폐기물처리업의 산업화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과거 10년 전만 해도 불법적인 행위들이 전혀 없다고 볼 순 없었지만, 이후 국내외 사모펀드가 폐기물 회사를 인수하며 제도화, 클린화하는 작업을 하며 현재는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10년 전과 비교할 때 기업가치가 두 배 높아졌다"며 "그 당시에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배수가 6~7배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3~15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10년간 소각장 매립장이 새롭게 생긴 회사들이 많지 않고, 소각장 이익률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40%, 매립장은 70%에서 80% 정도 되는 상각 전 영업이익률을 낸다. 경기의 영향을 크게 타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을 이 정도로 창출하는 산업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ESG는 일시적 트렌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보니 폐기물 업계 1위와 2위가 모두 바뀌더라도 환경 관련 M&A는 이어질 것으로 이 전무는 내다봤다. 그는 특히 재활용 섹터를 중심으로 앞으로도 활발한 M&A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무는 "전체 폐기물 발생량의 80% 이상이 재활용되고 있고, 나머지 20%가 소각되거나 매립된다"며 "또 우리가 많이 쓰는 폐비닐 및 페트병은 예전에 말레이시아나 중국 같은 데 보냈지만, 이젠 그렇지 못하다. 국내 사모펀드들이 재활용 회사들에 투자 기회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폐기물 산업의 특징을 알려달라.
-폐기물 산업의 가장 어려운 점은 민원적인 측면이다. 실제적으로 국내 폐기물 시설들의 과거 10년 추이를 보면 소각장이라든지, 의료폐기물이든 산업폐기물이든 폐기물 시설 자체가 그다지 많이 늘지 않았다. 지자체나 정부 입장에서는 필요성이 있지만, 지금은 세상이 많이 오픈됐다. 실제로 인허가 과정이라든지 개발 절차 과정에서 주민 동의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지자체의 입장에서 주민들의 여러 가지 의견들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다른 에너지나 발전 시설들보다 환경 시설이 훨씬 더 민원에 따른 진입장벽이 높지 않나 생각한다.
△일부 폐기물처리 기업들의 악용 사례가 언론에 노출되며 폐기물처리 기업에 대한 지역 사회의 반발이 더욱 커졌다. 앞으로는 지역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만으로는 지역 내 처리시설 설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과거 10년 전만 해도 불법적인 행위들이 없었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현재는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이후 국내외 사모펀드가 폐기물 회사를 인수하며 제도화, 클린화하는 작업을 했다. 작년 SK에코플랜트와 같은 국내 굵직한 대기업이 들어왔다는 점은 폐기물처리업의 산업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또 경제적 혜택을 지역 주민들에게도 돌리고 있다. 경기도 지자체가 지하에 소각장을 지은 케이스가 있다. 예전엔 지상에다 지어서 외관상 좋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 이걸 지하화시켜서 지역주민들이 그 안에서 생활폐기물 소각 과정을 인지하지 못하게 했다. 또 거기서 나오는 스팀을 활용해 지역 주민을 위해서 수영장을 만든다든지, 체육시설을 만든다든지 하는 식으로 지역주민들에게도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도 있다.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화돼 가고 있다.
△폐기물 M&A는 지난 10년간 상각 전 영업이익(이하 EBITDA) 멀티플이 13~14배로 상당히 높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선 매물의 희소성이다. 지난 10년 전에도 멀티플은 6~7배로 높은 수준이었는데 10년 전보다 2배가량 올라갔다. 과거 10년간 폐기물 매립장 중 새롭게 생긴 회사들이 많지 않다. 사모펀드들의 볼트온 과정에서 멀티플이 높아진 것도 있다. 둘째는 영업이익률이다. 소각장은 적게는 30%에서 높게는 40%, 매립장은 70%에서 80% 정도 EBITDA 률(%)이 나온다. 경기 영향도 적어 현금흐름이 안정적으로 창출된다.
△이번에 EMK 딜이 끝난다면 최근 2년 사이 업계 1·2위가 다 바뀌게 된다. 이제 당분간 A급 딜이 없을 것 같은데, 향후 환경 관련 M&A 전망이 궁금하다.
-재활용 섹터 M&A가 많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과 관련해 가장 큰 분야가 재활용이다. 전체 폐기물 발생량의 80% 이상이 재활용되고 있고, 나머지 20%를 소각하거나 매립한다. 재활용 분야에서도 많은 움직임이 있다. 우리가 많이 쓰는 폐(廢) 비닐 및 페트병을 예전에는 말레이시아나 중국 등에 보냈지만, 이젠 그렇지 못하다. 당연히 국내 사모펀드들이 재활용 회사들에 투자 기회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보람 있었던 M&A 딜을 알려달라.
-SC PE(현 어펄마캐피탈)가 EMC홀딩스의 대주주였던 당시 대원에코그린, 와이에스텍, WIK그린 등 볼트온 M&A를 하는 과정에서 인수 자문을 했다. 당시 EBITDA가 200억원 내외였던 EMC홀딩스는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이 인수할 때는 800억~900억원이었다. 딜은 3~4개 했지만 실제 검토한 딜은 훨씬 많았다. 포트폴리오상 시너지를 종합해서 검토를 많이 했다. 저희가 자문사였지만 SC PE, EMC분들과 한 회사 직원처럼 3년 정도 매년 같이 일을 했다. 거의 팀원처럼 협업해서 일을 했다. 결론적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도 잘 돼서 보람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