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김정숙, 헝가리서도 ‘내조 외교’…역사·문화 매개로 ‘소통 행보’
2021-11-04 23:15
한국문화원·오페라 센터·국가기록원 잇따라 방문
“韓, 몬드리안급 예술 작품 밥상보로 쓰고 살아”
헝가리 소장 ‘古지도’ 받아…‘소동해’ 표기 눈길
“韓, 몬드리안급 예술 작품 밥상보로 쓰고 살아”
헝가리 소장 ‘古지도’ 받아…‘소동해’ 표기 눈길
김 여사는 수강생들에게 “한국인들은 쉽게 버리기보다 쓸모를 궁리하고,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업사이클링 일상 예술가”라며 “한국에서는 집집마다 몬드리안급 예술 작품을 밥상보로 쓰고 살았다”고 말했다.
이어 “형형색색 조각보에는 서로 보듬고 어울려 살아가는 포용과 조화의 정신이 담겼다”고 했다.
수강생들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이를 널리 알리고 있는 젊은이들로, 이들의 활동에 감사를 표하고 격려하겠다는 게 이번 방문의 목적이다.
김 여사는 한국문화원의 조각보 강좌에 참여해 수강생들과 함께 직접 조각보를 만들어보고 한국 문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김 여사는 "조각보를 한 땀, 한 땀 정성껏 바느질할 때는 행복과 가족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았다”면서 “함께 만들 조각보에 헝가리와 한국의 우정을 담는다"고 강조했다.
행사에서는 헝가리 유람선 사고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한 헝가리 수강생은 “2019년 TV를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면서 “지인들과 함께 추모식을 준비했고, 지금도 매일 사고 현장 옆을 지나갈 때마다 기도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여사는 “헝가리 정부에서 수습과 시신 찾는 힘든 작업에 정성을 다하는 거 보고 놀랐던 마음이 사라지기도 했다”면서 “헝가리에 와서 제일 먼저 추모 공간을 방문했는데 이런 공간 마련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김 여사는 조각보에 헝가리 민족기원 신화 속 신비의 사슴을 자수로 담기도 했다. 헝가리 수강생이 바느질한 해태문양도 조각보에 나란히 담겼다.
이 조각보는 내년에 헝가리 한국문화원 개원 10주년을 기념하고자 조각보 강좌 수강생들이 만드는 대형조각보 프로젝트의 한 조각으로 쓰일 예정이다. 김 여사는 조각보 강좌를 마친 뒤 골무 등을 담은 반짇고리를 선물했다. 김 여사는 행사 후 1908년 군의관으로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일상을 사진으로 남긴 헝가리 의사 보조끼 데죠의 사진 작품도 관람했다.
김 여사는 전날에는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 부인 헤르체그 어니떠 여사와 함께 에이펠 아트 스튜디오도 찾았다.
이곳은 19세기 말 철도 역사로 지어져 기차 수리 공장으로 사용되던 건물로, 문화단지 재생사업을 통해 지난 10월 헝가리 국립오페라단 아트센터로 재개관했다. 김 여사는 헝가리 국립오페라단 단원과 한국인 첼리스트 정호승씨가 함께한 한국 가곡 ‘향수’ 등의 협연을 관람했다.
이어 헝가리 국가기록원을 방문, 한반도 동쪽 바다를 ‘소동해’라고 명시한 고(古)지도를 전달받았다. 김 여사가 방문한 헝가리 국가기록원은 1756년 유럽 최초의 기록보존소로 설립돼 현재는 3000㎞에 달하는 방대한 문서를 보존·관리 중이다.
소장 기록 중에는 17세기 이후 우리나라와 관련한 기록이 다수로, 한국 국가기록원은 1989년 헝가리와의 수교 이후 관련 기록 7만여건을 수집했다. 한국 국가기록원은 조선왕조실록 가운데 세종장헌대왕실록을 전통 방식으로 복제해 헝가리에 선물했다.
지도는 1730년 유럽에서 제작된 것으로, 여기에는 조선의 국호가 ‘CAOLI KUO, COREA, CHAO SIEN’으로 표기돼 있다.
청와대는 지금의 동해를 ‘소동해(小東海, MARE ORIENTALE MINVS)’로 표기했으며, 이는 18세기 유럽에서도 해당 지역을 한국에 속한 영해 중 동쪽 바다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도의 경우 1739년판이 가장 많지만, 헝가리 국가기록원이 전달한 지도는 1730년판으로 희귀한 초기본으로 볼 수 있다.
양국 국가기록원 간 기록관리 업무협약식 및 기록물 복제복원 시연 소개 등의 행사도 진행됐다.
행사에서 1902년 헝가리인 가운데 최초로 고종 황제를 알현한 것으로 알려진 버이 삐떼르 신부가 남긴 일기(1902년)와 저서(1918년)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김 여사 역시 버이 삐떼르 신부의 글 가운데 ‘이 민족과 국가에 미래의 중요한 역할이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항상 확신하고 있었습니다’라는 대목의 글을 낭독했다.
김 여사는 낭독을 마친 후 “100년 후의 한국 국민들께 보내는 편지 같은 글”이라며 “격동의 시기에 무너지지 않은 조선인들의 고귀한 자존심이 기록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