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긴축 시대] 비둘기 파월에도 시장은 금리인상 전망
2021-11-04 20:33
긴축의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3일(이하 현지시간) 자산매입을 축소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장으로 쏟아졌던 연준의 유동성은 이제 조금씩 줄어들게 된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채권(MBS)을 매월 1200억 달러 규모로 사들였다.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주식과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의 가격은 급등했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균열이 겹치며 물가 상승세가 경제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둘기 발언에도 시장은 금리인상에 무게
연준의 결정은 인플레이션 추가 과열을 막겠다는 의지와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를 둘러싼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어 금리인상은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금리인상에) 신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대응이 필요할 경우에는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고용시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상보다 통화완화적인 파월의 발언에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노던 트러스트의 칼 탄넨바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는 비둘기 테이퍼링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파월은 곧 기준금리를 인상하고자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장은 테이퍼링이 끝나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코너스톤 매크로의 로버트 펄리 글로벌 정책 헤드는 "파월 의장이 비둘기파적인 입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의 금리인상 기대가 후퇴하려면 인플레이션이 현저히 낮아져야 하는데 이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6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가능성을 48.4% 반영하고 있다. 동결 가능성인 36.6%보다 높다. 이어 7월에는 동결 가능성을 26.6%까지 낮게 반영하고 있다.
연준은 11월과 12월에 각각 150억 달러씩 채권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12월 이후 감축 속도는 언급되지 않았다. 더 빠른 감축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회계 및 경영 자문업체 그랜트 손튼의 다이앤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중반기부터 연준 내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연준 내 매파들이 득세하면서 내년 초 테이퍼링 속도가 높아지면 기준금리 인상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될 경우 금리인상은 더 빠르고 공격적이 될 수 있다"면서 "내년 세 차례 금리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작된 긴축, 경제회복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
마켓워치는 3일 "파월 의장은 어려운 질문과 각종 지뢰밭을 피해갔지만, 기자회견 이후에도 몇 가지 의문점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장률, 테이퍼링 속도, 보건상황 악화 등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10~12월 분기 성장세가 확대할 것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내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 성장률은 다소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만약 경기 회복세가 크게 둔화할 경우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아직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 확산세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제 상황을 살피기 위해 델타변이 확산이 진정되기를 기다린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 전망이 빗나갈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겨울이 오면서 코로나19 감염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몇 개월 내에도 경제에 관한 명확한 그림을 얻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