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 유지로 한숨은 돌렸지만 내년 금리인상 부담은 여전

2021-11-05 07:33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이 4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 회의에서 미 연방준비제도가 결정해 발표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정례회의 결과를 기다리던 4일 국내 금융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테이퍼링 결정으로 기준금리 인상 여지가 남아있는 만큼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통상 테이퍼링은 금리인상의 전단계로 해석된다. 지난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미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을 발표한 이후 2015년 금리인상으로 이어졌다.

당시 충격은 ‘긴축 발작’으로 불릴 만큼 국내외 금융시장을 흔들어 놓았다. 특히 신흥국들은 증시 하락, 자국 통화 가치 급락과 그에 따른 부채 부담 등으로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실제로 이번 연준의 발표를 전후로 미국 현지에서도 금리 인상에 대한 신호가 나오고 있다. 래피얼 보스틱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내년 하반기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보스틱 총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출연해 “내년 3분기 말이나, 아마도 4분기 초 정도로 일단 기준금리 인상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리인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추고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 살아난 수요가 물가상승을 부추기면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자 각국 중앙은행이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 대응선에 등장한 것이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이다. 미국은 테이퍼링을 결정했고, 한국은행 또한 선제적으로 지난 8월 금리를 인상했으며, 이달에도 금리인상이 유력하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가파르게 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저금리 시대가 끝나면 빚을 늘린 가계에 막대한 부담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가계부채는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9월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7000억원으로 올해 들어 63조9000억원 늘었다. 1~9월 기준 증가액은 지난해 69조6000억원보다 작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39조4000억원의 1.6배에 달한다.

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1~9월 기준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2019년 33조4000억원에서 2020년 71조2000억원, 올해 95조3000억원으로 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테이퍼링이 불러올 금융시장의 불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미국 연준을 비롯해 정상화 단계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국가들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의 헝다그룹 및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협상 등과 같은 리스크 요인이 중첩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밝혔다.

또 “글로벌 인플레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경기회복 속도와 미국 연준 등 각국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며 금융시장의 불안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는 장기적으로는 금리가 오를 수 있는 만큼 차주 차원에서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많아 한은이 기준 금리를 크게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향후 금리 인상에 대비해 변동 금리 대출 상품 등의 비중을 줄여나가는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