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전문가에 묻다-골프장②]진현식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파트너

2021-11-04 18:01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라는 말이 있다. 문제점이나 불가사의한 요소가 세부사항 속에 숨어 있다는 뜻으로 세부적인 사항을 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지난달 28일 아주경제 자본시장부는 '4대 회계법인 릴레이 인터뷰' 코너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진현식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파트너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오랜 기간 골프장 인수합병(M&A) 업계의 최고 자리를 놓치지 않은, 업계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스페셜리스트다.

저축은행 사태 때부터 골프장 M&A에 뛰어든 그는 법무법인과 함께 다양한 법률적인 문제, 회계적인 문제 등을 풀어왔다. 그가 처음으로 시작한 안성Q(현 골프클럽Q)와 안성H 딜은 난이도가 상당했다. 안성Q와 안성H의 주 채권자는 시중 은행 및 저축은행들이었다. 금융위기 사태로 그 채권이 부실화되자 두 골프장은 회생계획 인가 전 M&A 형태 등으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진 파트너는 "관련 법률, 회원권 부채, 담보신탁 등으로 상황이 복잡했는데 당시 극적으로 관계인집회의 동의를 받았다"며 "이 같은 과정이 어려웠지만 재미있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안성H의 인수 자문과 안성Q의 매각 자문을 동시에 성공하기도 했다"며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 과정에서 든든한 고객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 직후 진 파트너는 안성W의 매각 자문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아가며 그의 실력도 더욱 탄탄해졌다. 그는 골프장 M&A에서 자주 쓰이는 홀당 가격 계산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홀당 얼마에 거래하자는 말을 절대 안 한다. 위치, 접근성, 퀄러티 등에 따라 골프장 가치는 매우 다르다"며 "골프장 산업은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다 보니 캡 레이트(Cap Rate, 부동산 매입 가격 대비 순임대소득)를 사용한다. 지역별 차이를 반영하는데도 적절하다"고 말했다.

진 파트너는 "대중제 골프장의 밸류에이션에 가중평균자본비용(WACC) 사용은 적합하지 않다. 자본시장에서의 자기자본비용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자본비용이 높으면 향후 영구 가치를 추정할 때 불리하게 돼 골프장의 적절한 가치를 반영하기 어렵다. 미래현금흐름을 추산할 때 영구 가치가 낮게 되면 가치 평가에 어려움이 생긴다. 즉,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 거래의 바로미터가 되는 밸류에이션이 꼬이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토지를 제외한 회계상 자산은 언젠가 비용이 된다. 수익, 미래 현금 흐름 등으로 환원될 때 비용화되는데 결국 자산의 전제가 되는 수익을 바탕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시간이 흐르며 쌓여진 인적 네트워크와 팀원들의 끈끈함도 그의 팀을 돋보이게 한다. 그는 올해 7월에 있었던 대전지역 대중골프장 '금실대덕밸리CC' 인수전을 예로 들며 "우리 팀원들은 모두 적절한 매수자를 찾아낼 수 있을 만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금실대덕밸리와 매칭이 될 만한 기업을 찾아낼 네크워크가 있기에 인수 자문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진현식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 파트너[사진=유대길 기자]


다음은 진현식 파트너와의 일문일답이다.

△골프장 M&A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진현식 파트너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골프장 M&A 만의 매력을 알려 달라.

-딜 구조가 너무 다양하다. 단순해 보이지만 복잡하다. 해결할 일이 많다 보니 대관업무까지도 해야 한다. 많이 배운다.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인 회사가 회생에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회원제 골프장은 그런 경우가 있다. 부동산이 많으니까 회생이 잘 되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체시법(체육시설설치및이용에관한법률)에 의해 보호받는 회원권이 있다 보니 쉽지 않다. 신탁사, 회생 채권단, 회원권 투자자 등을 이해시켜야 하는 부분도 많았다.

△가장 보람 있었던 딜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안성 H 인수자문과 안성Q 매각자문을 한 번에 성공한 딜이다. 왜 골프장 M&A 자문을 시작했는지부터 말씀드리겠다. 2001년 안진에 입사한 이후 감사, 실사도 했다. 그 당시에는 팀의 구분이 없었다. 감사 본부 안에서 밸류에이션과 NPL(부실채권) 평가도 다 했다. 그러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부실채권이 많아졌는데, 관련 평가를 1년 넘게 했다. 유암코가 빅4 회계법인을 고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부실 채권으로 골프장 관련 PF채권이 꽤 있었다. 특히 안성H는 당장이라도 티샷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멀쩡해 보이는 골프장을 두고 채권단들이 왜 정상화시키지 못할까', '뭐가 문제이고 이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을 많이 해봤다. 스스로 연구하다가 막혀서 골프장 관련 업계 전문가를 채용하기도 했다.

안성Q의 매각 주간을 안진이 하게 됐고, 회원제 골프장이었던 안성Q를 대중제로 전환을 전제로 한 매각 공고(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했다. 이 같은 방식은 당시 최초였다. 회원제는 보유세가 중과되고 입장할 때도 개별소비세 등을 내다보니 대중제와 비교할 때 영업이익이 약 30억원가량 낮았다. 안성Q가 회생하기 위해선 대중제로 전환이 필요했다. 당시는 지금과 달리 언론에 '골프장 망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룰 때였다.

문제는 채권단 관계인 집회의 통과였다. 특히 담보신탁하고 있는 은행들의 파워가 막강했다. 은행들의 변제율을 높일 수 밖에 없었다. 유암코 역시 안성Q의 미확정보증 채권자로서 안성H가 빚을 갚지 못한다면 안성Q의 확정채권자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관계인 집회 수일 전에 금액이 확정되며, 유암코 역시 안성Q의 확정채권자가 됐다. 당시 유암코는 안성H의 주채권자다 보니 안성H와 안성Q M&A가 맞물리게 됐다. 그렇다고 은행과 유암코의 주장을 마냥 다 들어줄 수도 없었다. 회원권을 갖고 있는 회원들의 동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하며 가까스로 가결요건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안성Q가 매각이 성사됨과 동시에 유암코를 중심으로 연동된 안성H 매수자문도 성공했다.

이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 안성H의 인수자문과 안성Q의 매각자문을 한 방에 동시에 성공했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골프존카운티란 든든한 고객도 생겼다. 이후 계속적으로 매각 자문을 따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사한 회원제 회생 신청이 용인 이남의 경기도 지역, 충청, 전라, 강원, 경상도 등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안성Q와 H딜을 기점으로 많은 자문을 하게 됐고, 팀원들을 추가적으로 뽑아야 할 만큼 일이 많아졌다.

△골프장 공급이 늘어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골프장은 공급이 쉽게 늘지 않는다. 골프장 인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18홀 기준으로 약 30만 평 내외의 면적이 필요하다. 그리고 산지에 골프장을 개발하는 경우 총면적의 20% 이상을 훼손하지 않는 산림 즉, 원형보전녹지로, 20% 이상을 조성(복원)녹지로 두어야 하며, 나머지 면적에 골프코스 18홀 및 클럽하우스, 관리동 등을 만들어 배치해야 한다. 30만여 평에 지주가 1~2명이겠나. 수십 명, 수백 명이다. 이 중에는 행방불명자도 있다. 또 2011년 이후 관련 법 개정으로 민간이 도시계획시설로 골프장을 개발할 수 없게 돼 토지를 확보하기 위한 수용권에 큰 제동이 걸렸다. 즉, 지주들을 일일이 모두 만나고 설득해 땅을 사야 한다. 많은 이들이 골프장 개발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토지 확보 문제로 포기하는 사례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자연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산림과 환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토지개발에 불리한 등급으로 상승하고 있고, 제도적 규제 강화, 다양한 각종 개발 반대 민원 등으로 인해 인허가가 쉽지 않다. 현재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골프장들은 과거 금융위기 이후 인허가를 득하였으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안 되어 보류됐던 건들이 대부분이다.

△골프장의 밸류에이션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언론에서는 홀당 얼마에 거래됐다는 식으로 많이 표현한다.

-홀당 얼마에 거래하자는 말은 절대 안 한다. 위치, 접근성, 퀄러티 등에 따라 엄청 다르다. 대중제 골프장을 밸류에이션할 때 WACC를 안 쓴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사양사업인 적이 없다 보니 경기변동에 덜 민감하거나 아예 반대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채택한 것이 캡 레이트다. 대중제 골프장은 현금 흐름이 너무 안정적이다. 제주도와 강원도 지역을 제외하면 임대 사업보다도 안정적이다. 또 캡 레이트는 지역별 특성도 반영할 수 있다.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 딜 클로징 이후 거래가격으로 항의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최근 골프장 M&A에 자산운용사가 눈에 자주 띈다. 자산운용사들이 골프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시중에 유동성이 너무 풍부하다.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 가격도 너무 비싸다. 호텔은 코로나19에 타격을 크게 받았다. 또 골프존카운티, 이도, 카카오VX 등과 같은 골프장 전문운영사를 통해 고정적인 임대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자, 배당 등으로 현금 유출도 고정적이다 보니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

△올해도 골프장 인기는 여전하다. 향후 골프장 산업 전망이 궁금하다.

-2019년 당시 골프장 매출이 사상 최대였고, 이보다 더 높을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골프장 캐파Capa, 수용능력)를 모두 채울 만큼 사람들이 꽉 찼다. 다음 해부터 그린피를 서서히 올렸다. 그리고 작년 매출은 2019년 매출을 뛰어넘었고, 올해 매출은 2020년 매출을 뛰어넘었다. 어차피 캐파는 꽉 찬다. 그린피가 떨어질 거냐의 문제다. 해외로 사람들이 나간다고 하더라도 그린피가 많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특히 도심에 가까운 지역들은 잘 버틸 것이다.

△M&A 등은 자본시장의 최전선으로 '정글'로 표현된다. '정글'에서 살아남고 승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 달라.

-딜소싱을 한 발 앞에서 한다. 우리 팀은 팀원들 모두가 네트워크도 좋다. 적절한 딜이 왔을 때 매칭을 시켜줄 수 있다. 최근에는 PF 구조를 짜는 개발 자문(PM) 용역도 시작했다. 전국 단위로 골프장 개발을 위해 자문과 매칭을 제공한다.

또 딜 자문을 할 때는 실패를 한 적이 없다. 매수 자문에서 2번 떨어진 적인 있지만, 매각 자문으로 못 판 적은 한 번도 없다. 매도인의 가격 눈높이가 높다면 매도인을 설득한다. 일부 자문사들은 높은 가격에 판다고 말하고 자문 계약을 따내곤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매물로 나온 물건이 한 번 망가지면 재매각은 매우 어렵다.

△금호리조트 M&A는 중국 실사를 못했고, 회원권 부채 이슈도 상당하다 보니 난이도가 높았던 딜이었다.

-그동안 내공이 쌓이다 보니 중국 실사 문제는 이슈도 아니었다. 가장 큰 이슈는 원매자들에게 골프장 회원권이 '무이자 영구 부채'라는 것을 납득시키는 것이었다. 회원권은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아져야 반환 이슈가 생긴다. 하지만 용인의 아시아나CC 회원권은 분양가보다 시세가 훨씬 높다.(에이스골프 기준 2020.11.1 시세 7.6억). 그렇기에 회원권은 무이자 영구 부채라고 주장했고, 밸류에이션할 때 부채로 고려하지 않았다. 이 논리가 통해서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