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은 너무 좁다"... K게임, 서구권 시장서 기회 찾는다

2021-11-02 14:37
스마게, 게임대상 6관왕 '로스트아크' 서구권 베타 테스트 시작
카카오게임즈 남궁훈 대표, 북미·유럽 법인장 겸직... 해외 공략
넥슨 '카트라이더' 신작 글로벌 테스트... 컴투스, VR 게임 예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게임사들이 북미·유럽 게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에서 인기를 끈 주요 게임을 현지화해 출시하거나, 게임 기획 단계부터 서구권 시장을 정조준한 게임사들이 늘고 있다. 북미·유럽은 전 세계 게임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다. 한국 게임의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게임 규제를 강화하자, 서구권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업계에선 이를 계기로 과도한 과금 유도를 줄이고, 시간을 오래 투입해야 하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는 오는 4일부터 11일까지 PC MMORPG ‘로스트아크’ 서구권 버전의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다. 스마일게이트는 서버 안정성, 버그 등 게임의 기술적인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이용자들은 트위치 같은 개인방송 플랫폼으로 게임 플레이 장면을 송출할 수 있다.

앞서 스마일게이트는 아마존게임즈와 로스트아크 북미·유럽 퍼블리싱을 맺고, 내년 중에 게임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로스트아크는 스마일게이트 자회사인 스마일게이트RPG가 2018년 11월 국내에 출시한 게임으로, 2019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포함한 6관왕을 거머쥔 인기작이다.
 

로스트아크 이미지 [사진=스마일게이트]


카카오게임즈도 서구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남궁훈 대표가 북미·유럽 법인장을 겸직하기로 했다. 그는 “한정된 권역, 한정된 플랫폼, 한정된 기간을 뛰어넘기 위해 새로운 글로벌 스튜디오 경영 체제를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는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 개발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최대 주주에 오르는 동시에 이 게임의 해외 판권도 얻었다.

넥슨은 다음달 9일부터 15일까지 7일간 한국을 포함한 북미, 유럽 이용자를 대상으로 신작 콘솔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컴투스 또한 최근 VR(가상현실) 게임 개발사 ‘컴투스로카’를 설립하고, 서구권 이용자를 겨냥한 VR 신작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게임백서’에 따르면 북미·유럽은 전 세계 게임 시장 규모의 52.1%(2022년 전망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게임이 북미·유럽에 수출되는 비중은 약 15%에 불과하다. 그만큼 국내 게임사들이 진입할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한국 최대 게임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통제하고, 해외 게임뿐만 아니라 자국 게임에도 판호(서비스 허가권)를 내주지 않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북미·유럽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서구권의 교육 시스템은 게임을 오래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라며 “한국 이용자마저도 비판하는 확률형 아이템 모델도 개선해야 현지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