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이념갈등 대물림 막으려면, 학생들이 논쟁하게 하라
2021-11-02 06:00
독일 '보이텔스바흐 합의' 같은 민주적 정치교육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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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간 토론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앞날이 불안하다는 느낌이 든다. 정당 간 이념적 갈등이 향후 폭발적인 모습을 나타내지는 않을지 걱정되기도 한다. 어느 사회에서나 이념적 갈등이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그것은 도를 넘고 있다는 생각이다. 자신을 향해서는 절대선이지만 상대에게는 절대악으로 반응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이념적 갈등과 균열을 극복하고 치유하려는 사회 지도층의 노력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갈등과 분열을 개인적이며 당파적 이익을 위해 이용·조장하고 있는 것 같다. 세미나나 언론 토론을 비롯, 국회 논쟁을 보라. 상대편을 향한 비판과 일방적인 매도만 넘쳐나고 있지 않은가. 상대를 악마화하는 정치권의 모습에서 일반 국민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상호 대책 없는 적대적 감정 밖에 없다. 이대로 대물림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사회의 이념적 갈등을 줄여나가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미래세대를 위한 민주시민교육의 방향이 중요하다.
브란트의 새로운 동방정책에 대한 야당의 비판적 사고는 우리 사회 일부의 대 북한 인식과도 흡사하다. 새로운 동방정책이 사회주의 이념에 대한 경각심을 저하하고, 긴장완화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정치논쟁의 양극화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 등에서 그렇다. 이상과 같은 이념적 대립 상황 하에서 독일 사회는 미래지향적 정치교육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이념적 논쟁과 갈등 하에서 어떤 원칙을 가지고 교육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마련한 것이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er Konsens, 1976.11)다. 정치적으로 입장이 다른 학자가 모여 도출한 정치교육으로 다음 세 가지 원칙이 그 핵심이다.
첫째, 교화(indoctorination) 내지 주입식 교육의 금지원칙이다. 교육 대상자가 자신의 견해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교사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사실에 대한 자신의 독자적인 견해를 형성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며, 판단 과정에서 교사의 간섭을 받거나 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대립적 논쟁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학문과 정치에서 논쟁적인 것은 수업에서도 논쟁적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한 사실관계 판단을 위해서는 그와 관련된 상이한 관점이 모두 분명하게 언급되어야 하며, 그 바탕 위에서 대안적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피교육자의 관심과 이해관계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해 피교육자가 자신의 이해관계와 연결하여 주어진 정치적 상황을 분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업이 교사가 아닌 교육대상자가 중심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수업에서 교육자의 발언 시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상의 원칙들은 성장기 학생으로 하여금 자율적 판단능력을 지닌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갖추게 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원칙으로 간주되고 있다. 학습자들이 주체가 되는 교육, 교육 참여자의 자발성이 강조되는 교육이 '보이텔스바흐 합의'의 진면목이라고 할 수 있다.
김영윤 필자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 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