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드리운' 대우조선해양 M&A…시장도 '회의적'
2021-11-01 18:00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의 현실화 가능성에 시장도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용평가사는 그동안 선반영시켰던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효과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한국기업평가는 대우조선해양의 현대중공업그룹 편입 효과를 인수 확정 시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하며, 신용등급은 `BBB-'를 그대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을 기존의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한 단계 낮췄다. 이는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줄어들게 됐다는 의미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관한 본계약을 체결한 지 2년 8개월 만이고, 등급 전망 기준으로는 2년 5개월 만의 하락이다. 당시 지광훈 한기평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그룹 편입 시 사업기반의 강화와 재무안정성 개선이 예상된다"면서 "정책금융기관의 관리하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잠재적 불안요인이었던 대주주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시장에서의 평판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유럽연합(EU)의 결합 심사가 장기간 지체되면서 심사 결과와 시점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법무법인 김앤장은 EU의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승인 반대에 관한 소명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EU의 벽을 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지 연구원은 "최근 발주 회복과 함께 LNG선을 비롯한 주요 선종의 국내 조선 3사 수주 쏠림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며 "연말 대규모 카타르 LNG선 발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여 심사가 지체될수록 경쟁 제한에 대한 우려는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는 사이, 대우조선해양이 매물로서 갖는 매력도 낮아졌다. 조선업은 최근 전방 산업인 해운업의 호조로 수주 환경도 개선됐지만, 올해 상반기 대우조선해양은 조 단위의 손실을 냈다. 연결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은 1조22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524억원의 이익을 낸 점을 고려하면 1조5000억원가량 수익이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2조17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7%가 줄었다. 배를 만들 때 사용되는 후판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규모 충당금을 설정해 원가율이 급증했기 때문인데, 국제 물동량이 폭발하며 후방 산업인 조선업의 수주 상황이 개선됐지만 수익성은 되레 악화된 것이다.
재무 상태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은 2017년부터 상당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결과 2016년 말 연결 기준 2184%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2017년 말 283%, 지난해 말에는 167%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이번 상반기 기록한 대규모 적자로 부채비율은 다시 274%로 올라가면서 2017년 말 수준으로 돌아갔다. 수익성 악화는 향후 플랜 B, C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 연구원은 "강재가 부담의 선반영으로 2021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수주와 실적 간의 구조적 시차와 기존 잔고의 낮은 선가, 옵션 물량 발주에 따른 선가 인상 효과의 희석, 높은 수준의 강재가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실적 부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전 가능성은 이번 딜의 한 축인 산업은행의 의지다. 대우조선해양 M&A는 산업은행의 주도하에 진행되고 있는데, 딜이 깨진다면 산업은행이 난처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에서 LNG 사업부를 제외한 채 딜을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EU의 승인에 제동을 거는 주된 이유인 LNG 사업부를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고 딜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