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 '장릉 앞 아파트' 심의 보류…"역사문화적 가치 유지 어려워"

2021-10-29 08:14
건설사 개선안에는 높이 건축면적 등 빠져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짓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사진=아주경제DB]


문화재위원회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인근에 허가 없이 건설돼 논란이 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안건을 심의한 결과 '보류' 결정을 내놨다. '철거' 등 구체적인 결정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건설사들이 제안한 안으로는 역사·문화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확실하게 입장을 표명했다.

29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전날 문화재위원회 궁능문화재분과·세계유산분과 제2차 합동회의에서 "건설사들이 낸 개선안으로는 장릉의 역사·문화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고, 추후 소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문화재청은 소위원회를 구성해 단지별 시뮬레이션 등 보다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소위원회는 문화재위원 5∼6명으로 구성된다. 시뮬레이션은 건물 철거·높이 하향 조정·장릉과 아파트 사이 나무 심기 등 다양한 방안을 실행했을 때 경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예측하기 위해 진행된다.

문화재위원회는 문화재 보존·관리·활용을 심의하는 문화재청 자문기관이다. 건설사들은 아파트 변경, 철거 등은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개선안에도 높이와 건축 면적 등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된 부분이 아닌 왕릉과 어울리는 아파트 외벽 색상 및 마감 재질 교체 등 내용이 담겼다. 이외에 육각정자 설치, 연못·폭포 조성 등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왕릉 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8월 첫 심의에서도 장릉 역사문화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개선안을 요구하며 '보류' 결정을 내렸었다.

문화재청은 해당 건설사들이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포함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아파트를 지으면서 사전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7년 1월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은 개별 심의한다고 고시했는데 건설사가 사전심의 없이 건축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건설사들을 고발한 상태다.

김포 장릉은 조선 16대왕 인조가 부모인 원종과 인헌왕후를 모신 능으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