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별세] 정재계 끝없는 조문 행렬···"현대사 거인 노태우 영면 기원"

2021-10-28 00:00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 정·재계 인사로 인산인해
김종인, 조문 시작 30분 전부터 대기...한 시간가량 조문
법적 사위인 최태원에 "고인과 어떤 인연 있나" 해프닝
'독자 출마 선언' 김동연 "역사 그림자 부인할 수 없어"
이재명 "빛이 그늘 덮진 못할 것"...방명록 안 적고 떠나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에 무궁화대훈장이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현대사 거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는 전·현직 정계 인사들과 각계 기업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고인에 대한 조문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그럼에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은 이보다 이른 오전 9시 30분쯤부터 조문을 대기해 이목을 끌었다.

노태우 정부에서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 전 위원장은 한 시간 가까이 조문한 뒤 고인에 대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으로서 외교에 관해서는 커다란 족적을 남기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또 "소위 북방정책을 표명해서 이렇게 우리나라의 시장을 아주 거대하게 해서 오늘날 우리가 빨리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그런 기반을 구축했다"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은 조문 이후 빈소를 바로 뜨지 않고 빈소 옆 식당에서 장례식장을 찾은 여러 원로와 대화를 나눴다. 일부 조문객들은 조문 이후 눈물을 보였다.

잇달아 조문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고인에 대해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와 달리 평가될 부분이 있다"며 "여러 의미로 대한민국의 민주화 이후 직선 대통령이었다는 차원에서 현대사에서 큰 이정표를 남기신 분이라 생각하고 추모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고인께서는 1987년 개헌 이후로 당선된 첫 번째 민선 대통령이셨고 소련의 붕괴, 독일의 통일 등 정말 혼란스러운 국제 현장 와중에도 냉철하게 국제 상황에 대한 분석과 대처를 정말로 현실적으로 잘하셨다"며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 고인을 대신해서 5·18 영령들께 무릎 꿇고 참회하신 고인의 가족분들께도 다시 한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날 오전 10시 28분쯤 고인의 빈소를 가장 먼저 찾았다. 조문 이후 퇴장하려던 최 회장은 '고인과의 인연이 어떻게 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허허허" 웃어넘기기도 했다. 김 회장은 고인의 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남편으로 고인의 법적 사위다.

오후에도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 행렬은 계속됐다. 특히 여야를 불문하고 고인의 공을 기리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차기 대선 독자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이날 오후 2시쯤 빈소를 찾아 고인에 대해 "남북기본합의서, 북방외교, 토지공개념, 88올림픽 등 여러 공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군부독재 2인자,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탄압 등 여러 역사의 그림자를 드리운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초 공지한 일정보다 한 시간가량 늦은 오후 2시 55분쯤 빈소를 찾았다.

그는 조문 의미를 묻는 말에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한 것으로 생각해주시면 되겠다"며 "빛과 그림자가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그 빛의 크기가 그늘을 덮지는 못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가시는 길이니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다한 점에 대해서는 평가한다"고 부연했다. 이 후보는 '방명록을 적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손사래를 치며 자리를 떠났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박병석 국회의장도 고인의 빈소를 찾아 직접 조문했다. 고인의 60년 지기인 전두환 전 대통령은 다발성 골수종으로 투병 중인 관계로 직접 조문하지 못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빈소를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