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 방미...반도체 정보요구 우려 전달
2021-10-25 15:34
정부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정보 제출 요구, 철강 관세 등 통상 현안 대응을 위해 대미(對美) 통상 외교채널과의 접촉 활동을 펼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상무부가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우려를 전달한다고 25일 밝혔다. 반도체 업계의 생산 시스템과 재고 등 관련 정보가 유출되면 기업 경쟁력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김정일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25일부터 27일까지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 행정부 및 의회의 주요 인사들을 대상으로 '아웃리치'(접촉·설득) 활동을 벌인다. 김 실장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정보 제출 요구, 철강 관세 등 통상 현안 등을 두고 대화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달 초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타이 USTR 대표 간 면담 때 우리 측이 제안한 '한미 통상-공급망·기술(TST) 대화' 개최 방안을 논의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 개최를 위한 의제들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제12차 각료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과 WTO 개혁 진전을 위한 대책도 논의한다.
지난달 미국 백악관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11월 초까지 반도체 재고·판매 정보를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도 인터뷰를 통해 "(자료 제출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자료 요구에 불응 시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제출을 강제할 가능성도 있다. 미 정부는 최근 반도체 부족을 부추기는 특정 기업의 사재기 문제를 파악하겠다는 의도로 정보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우리 기업들은 이 같은 요구에 아직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지난 20일 국회에 출석한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우리 기업들이 계약상 비밀유지 조항과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제공할 수 있는 자료를 검토한 뒤 미국에 제출하도록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정부 등과 수차례 소통을 하고 있고 실무 레벨에서도 저희의 우려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전달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11월 1일로 예상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철강 무역확장법 232조 합의를 앞두고 한국에도 동맹국의 지위에 부합하는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품목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미국과 EU는 조만간 철강 관세 분쟁 해결에 합의할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이를 계기로 정부는 232조 적용 대상국에서 제외해달라는 뜻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방미 기간 김 실장은 피터 하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 제니퍼 해리스 선임국장 등 백악관 관계자들과도 만나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샐리 랭, 알렉산드라 휘태커, 마유르 파텔 등 상·하원 수석전문위원들과의 면담도 예정돼있다. 김 실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미 의회에서 논의되는 전기차 보조금 법안이 통상 규범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을 제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