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서 복권 팔던 베트남 복서, 세계 챔피언 등극

2021-10-25 08:21
베트남 복서 응우옌 티 투 니
건국 이래 첫 WBO 세계 챔프
김상범 커키 버팔로 대표가 발굴
지난해에는 박항서 감독 격려 받아

WBO 세계 챔피언에 등극한 응우옌 티 투 니. [사진=WBO 제공]


길거리에서 복권을 팔던 베트남 복서 응우옌 티 투니(베트남·이하 티 투 니)가 세계 챔피언에 등극했다. 베트남 건국 이래 처음이다.

세계복싱기구(WBO) 여자 미니멈급 세계타이틀매치 티 투 니와 타다 에츠코(일본)의 경기가 지난 23일 경기 안산시에 위치한 와동체육관에서 열렸다.

이 경기는 커키 버팔로가 주최하고, WBO와 한국권투위원회(KBC)가 주관했다. WBO는 세계복싱협회(WBA), 세계복싱협의회(WBC), 국제복싱연맹(IBF)과 함께 세계 4대 권투 단체로 분류된다.

커키 버팔로는 김상범 대표가 호찌민에 세운 복싱 체육관 및 홍보 회사다. 지난해 11월에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체육관을 방문해 격려하기도 했다.

종전 계획은 베트남 호찌민 광장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에서 열리게 됐다.

티 투 니는 커키 버팔로가 발굴한 선수다. 올해 25세, 전적은 4전 전승이다. 지난해 2월에는 WBO 동급 동양 챔피언에 올랐다.

티 투 니는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나이부터 생계를 위해 길거리에서 복권을 팔았다. 당시 현지 매체들은 "복권 팔던 소녀가 복싱 동양 챔피언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상대인 타다는 미니멈급 챔피언이다. 올해 40세인 그는 26전 20승(7KO) 3무 3패를 쌓았다. 처음 챔피언에 오른 것은 2018년이다. 이후 방어전을 치르지 못해 벨트를 반납했다. 되찾은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타다 에츠코의 턱을 돌리는 응우옌 티 투 니(오른쪽). [사진=WBO 제공]


10라운드 경기 결과 티 투 니가 판정승(96-94)을 거뒀다. 베트남 건국 이래 첫 복싱 세계 챔피언 배출이다.

경기 종료 후 티 투 니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두 달 동안 연습했다. 날씨가 추웠고, 밥도 먹기 힘들었지만 결국 이겨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베트남 국민의 열정이 나를 10라운드까지 이끌었다. 이번 승리는 큰 의미가 있다. 첫 세계 챔피언이다. 나를 지지해준 베트남 팬들과 가족들에게 이 승리를 바친다"고 덧붙였다.

티 투 니는 이번 승리로 5전 5승, 전승 신화를 이어간다. 베트남에 복싱 열풍이 불어오고 있다. 패배한 타다는 20승 3무 4패로 1패를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