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보험산업]④AI 설계사 도입 3년 여전히 답보…AI 설계사 지위 부여해야

2021-10-21 07:33
AI 설계사, 법적 보험영업 지위 없어…보험사들 도입 주저

보험산업 혁신의 결정체로 불리던 '인공지능(AI) 설계사'가 금융당국의 규제샌드박스인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참여사 간 불협화음이 지속된 데 이어 제휴 사업자 등이 변경되는 등 바람 잘 날이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AI 대화엔진 회사인 페르소나시스템(현 페르소나AI)는 2년 가까이 AI설계사를 적용한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페르소나AI는 2019년 5월 15일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AI인슈어런스 로보텔러, 일명 'AI 설계사' 규제특례를 받았다. 현재 다수 보험사가 AI를 활용해 상담, 컨설팅, 언더라이팅, 의사결정 등에 확대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권유에서 설명, 청약까지 보험 전 과정을 AI로 진행하는 사례는 전무했다.

AI 설계사란 소비자와 가입 상담부터 보험계약 체결까지 텔레마케팅(TM)채널에서의 모집 전 과정을 AI로 진행하는 프로세스가 골자다.

당시 금융당국은 보험업법 제83조 규제특례를 인정해 보험 모집 대상에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 보험중개사, 보험회사 임원 또는 지원에 추가로 인공지능 설계사(로보텔러)를 추가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DB손해보험과 함께 하는 내용의 부가조건을 달았다. 우선 DB손보와 AI 설계사 사업을 진행하고 DB손보에 체결된 계약 전권에 대해 통화품질 모니터링을 하도록 했다. 모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 분쟁 및 소송도 DB손보가 1차 책임을 전담하도록 했다. 모집 건수도 연 1만건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사업자로 선정된 페르소나AI와 DB손보가 비용부담 문제를 놓고 갈등이 커지면서, DB손보가 상용화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이후 페르소나AI는 지난 6월 'AI 기반 인슈어런스 로보텔러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AI 설계사 사업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당초 기대와 달리 AI 설계사가 보험사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데에는 법적으로 모집인 지위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AI 설계사에 대한 규제특례를 시행했지만, 현행 보험업법에서 AI 설계사는 법적 영업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TM 모집 때 표준 스크립트 낭독은 AI 음성봇이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이 개정됐지만, AI에게 설계사 지위 부여는 제외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AI 설계사를 활용하면 보험사는 기존의 영업 관련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서도 "법적인 영업 지위가 없는 데다, 소비자의 고민이나 감정적인 부분까지 인식해 그에 맞는 상품을 잘 선택해 전달해 준 것이냐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어 AI와 고객이 직접 대면하는 경험들이 적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험은 단순히 상품을 제시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보험가입 필요성을 인식시켜야 하는 만큼 소비자가 AI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런 경험들이 생겨나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의 경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소통할지가 AI 설계사 실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