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검찰이 어쩔 수 없이 고발장 받는 것처럼 해야"
2021-10-20 09:58
조성은, 지난해 4월 3일 통화 녹취록 공개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성은씨가 공개한 '김웅-조성은 녹취록'을 보면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3일 오전 10시 3분부터 7분 58초, 오후 4시 24분부터 9분 39초 등 17분 37초 동안 통화했다.
조씨는 최근 법무부 인증 업체를 통해 휴대전화에서 이 내용을 복원했다고 전했다.
녹취록을 보면 검찰 출신 김 의원은 조씨에게 고발장 작성 작업이 검찰과 관련이 있는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오전 통화에서 김 의원은 조씨에게 "초안을 아마 저희가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라고 한 뒤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남부 아니면 조금 위험하대요"라며 제3자의 말을 전달하듯 말했다. 고발처는 오후에 대검찰청으로 변경됐다.
범여권을 향한 고발장이 수사로 이어지도록 검찰 내부자의 말을 전달한다는 인상을 주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오후 통화에서 고발장을 당(당시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차원에서 대검에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기서도 관련 발언이 나온다. 그는 "우리가 어느 정도 초안을 잡아놨다. 이 정도 보내면 검찰에서 알아서 수사해 준다"며 "만약 가신다고 하면 그쪽(검찰)에다가 얘기해 놓을게요"라고 했다.
김 의원은 "검찰이 받기는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받는 것처럼 하고, 이쪽(미래통합당)에 항의도 하고, 왜 검찰이 먼저 인지수사 안 하고 이러느냐 이런 식으로 하고"라고도 조언했다.
해당 녹취록에서 김 의원은 세부적으로 지시하면서도 자신은 드러나면 안 된다고 강조를 했다. 그는 "제가 (고발하러)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거에요"라며 "차라리 그거하고 전혀 다른 이미지로 가야죠. (중략) 고발장 관련해서 저는 쏙 빠져야 하는데"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이름은 고발에 이르게 된 계기로 추정되는 '검언유착 의혹' 과 관련한 설명에서도 등장한다. 김 의원은 "선거판에 이번에는 경찰이 아니고 MBC를 이용해서 제대로 확인도 안 해보고 일단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윤석열 죽이기 쪽으로 갔다"며 "이런 자료들을 모아서 드릴테니까"라고 언급한다.
다만 김 의원은 검찰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뉘앙스는 풍기지만, 녹취록 안에서는 직접적인 연관성을 확정할 실명이나 일차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미 디지털 포렌식으로 녹취를 복원해 분석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김 의원 소환 조사로 이 부분을 확인할 방침이다.
실제로 검찰과의 관련성으로 나아갈 일부 단서도 녹취록에서 발견된다. 김 의원은 당시 '검언유착 의혹' 핵심 관련자인 이동재 채널A기자를 언급한다. 공수처 측은 "수사 진행 상황이라 더는 답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