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 소외 가속화] ①“은행이 사라진다”…앱 사용 취약계층 ‘난감’

2021-10-19 10:16
점포 수 5년 전 7101개→현재 6326개로 매년 감소
고령층 비대면 앱 상품 가입률 떨어져 혜택 못받아

'디지털 전환'이라는 생존 화두 속에 금융사 오프라인 영업점이 매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지점의 모습. [사진=자료사진]

[데일리동방] #1. 전북 김제시에 거주하는 손○○(72)씨는 집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의 A은행 지점이 다음 달부터 폐쇄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답답하다. 매달 노령연금과 기초연금을 확인하고 자식들이 보내주는 용돈을 인출하러 은행 점포를 이용했는데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같은 동네 B은행을 가려니 통장정리가 녹록지 않고 출금할 때마다 수수료를 내야해 부담이 크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버스로 왕복 1시간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다른 지역 A은행 지점을 이용하려니 벌써부터 막막하다. 은행 직원들은 친절하게 모바일뱅킹 이용방법을 안내해줬지만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는 것도 벅찬 손○○씨에게는 무용지물이다.

#2. 경기 부천시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김○○(68)씨는 코로나19 피해로 연체된 관리비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 C은행 지점을 찾아 대출을 받기로 했다. 사업자등록증, 부가세과세표준증명원, 소득금액증명원, 납세증명원 등 각종 서류를 며칠에 걸쳐 수차례 제출하며 겨우 연 5.8% 금리로 20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김○○씨는 인근의 30대 젊은 사장이 모바일뱅킹을 이용해 같은 은행에서 연 4.2%의 저렴한 금리로 5분 만에 대출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은행에 항의 전화를 하니 비대면 전용 대출은 우대금리가 적용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미 대출을 받은 김○○씨는 누구한테 하소연도 못하는 속앓이를 할 뿐이다.

금융권 생존 화두로 꼽히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DT)의 가속화가 노인들을 포함한 ‘디지털금융 소외층’을 확대한다는 지적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 오프라인 영업점은 모바일·인터넷금융 서비스의 고도화와 운영 효율화를 이유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디지털기기 이용이 상대적으로 미숙한 장년·노년층은 은행 서비스 이용이 점점 어려워지는 게 현실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 은행 점포 수(영업점·지점·출장소)는 5년 전 7101개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6329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는 3812개에서 2278개로, 손해보험사는 3038개에서 2919개로 각각 오프라인 점포 수를 줄였다. 문제는 금융사별 DT 경쟁이 빅테크(대형 정보통신업체)와의 경쟁으로 번지면서 오프라인 영업점 통폐합에 더 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생보사의 경우 2016년부터 1년간 364개 점포를 폐쇄했으나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608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그 사이 금융사들은 자사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을 끊임없이 진화시키며 고객 유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반면 고령층의 금융 소외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사한 결과, 대면 가입보다 우대금리 등 혜택이 많은 비대면 상품 가입에 젊은층 비율이 노년층을 압도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은행권 적금 상품의 비대면 가입률을 보면 MZ세대(1980~2000년대생)가 83%에 육박하지만, 60대 이상은 19%에 불과했다.

업계는 DT가 금융 발전의 숙명인 이상 영업점 통폐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취한다. 금융당국도 점포폐쇄 사전신고제 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디지털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따른다. 이와 관련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디지털 취약 계층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여러 방안을 추진 중으로 지속해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