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을 빌라 찾아라”…뉴타운 부활에 빌라 광풍

2021-10-16 08:00
경매시장 노후 빌라 인기…"응찰자 수십 명 몰려"
'오세훈표 민간재개발' 시동 …강북 중심으로 재개발 기대감 쑥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다세대·연립주택 밀집촌 모습. [사진=아주경제DB] 


빌라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아파트 가격 부담에 빌라로 눈을 돌린 실수요와 함께 뉴타운 부활에 따른 투자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빌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울시가 민간재개발 공모 닻을 올리면서 재개발 기대감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다만 재개발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낡을수록 좋다?…노후빌라 경매에 응찰자들 우르르
16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최근 경매시장에서 노후 빌라들이 감정가 대비 높은 가격에 낙찰되고 있다. 신축 빌라가 적고 노후 빌라가 밀집한 지역은 재개발 조건인 노후도가 높아 투자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앞서 올해 4월 서울 강북구 번동 148번지에 위치한 A빌라는 감정가 8700만원보다 1억3400만원이나 비싼 2억2100만원에 팔렸다. 응찰자 수는 12명으로 매각가율은 254%에 달했다. 해당 빌라가 있는 곳은 과거 재개발 후보지에서 한 차례 탈락했던 지역으로, 민간재개발 추진 움직임이 일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렇듯 노후 빌라가 모인 지역으로 응찰자들이 몰리는 것은 서울시가 민간재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다. 재개발 대못으로 통하는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고 빠른 속도를 내세운 이른바 ‘오세훈표 민간재개발’인 신속통합기획에 서울시가 시동을 걸면서 재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쏠리고 있다.

이로 인해 노후 빌라가 경매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면 수십 명에 달하는 응찰자들이 몰리는 모습이다. 서울 도봉구 창동에 있는 B빌라는 감정가 1억1000만원보다 4767만원 비싼 1억5767만원에 팔렸다. 응찰자 수는 24명에 달했고 매각가율은 143.30%였다. 도봉구 도봉동 C빌라는 감정가 1억900만원보다 786만원 비싼 1억1686만원에 팔렸다. 응찰자 수는 27명, 매각가율은 107.20%였다. 노원구 공릉동 D빌라는 1억5178만원에 팔리며 감정가 1억1800만원보다 3378만원 비싸게 팔렸다. 이 역시 응찰자수는 22명에 달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재개발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며 노후 빌라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응찰자 수가 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아파트 매맷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수요가 몰린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민간재개발 공모가 지난달부터 시작되면서 빌라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달 23일부터 시작된 ‘2021 주택재개발사업 후보지 공모’에 첫 번째로 접수한 서울 종로구 숭인1구역 일대가 대표적이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창신동과 숭인동은 요즘 매물이 없다”며 “재개발 얘기가 돌고 공모가 시작되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재개발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용산구도 비슷한 모습이다. 용산구 H중개업소 대표는 “서계동, 원효로1가 등 용산 곳곳에서 재개발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동의서를 걷는 중”이라며 “재개발 기대감이 있는 지역들은 집주인들이 안 팔고, 재개발 기대감이 없는 곳은 양도세 부담에 못 파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빌라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달 수도권 빌라 낙찰가율은 89.7%로 전월(79.7%) 대비 10.0%포인트 상승해 역대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이 전월(84.2%) 대비 13.7%포인트 오른 97.9%로 2008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표=지지옥션 제공 ]

 
투기 수요 잡힐까? 매매가·매수심리 고공행진
오세훈표 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이 나온 직후 “재개발 빌라 급매한다”, “재개발용 급매 빌라 또는 갭투자 하실 분 연락주세요” 식의 글이 오픈채팅방에 올라오는 등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투자 홍보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재개발 규제 완화에 따른 투기세력을 차단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공모일을 권리산정기준일로 정해, 해당일을 기준으로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정하도록 했다. 권리산정기준일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이후에 지어진 건물은 현금청산이다. 이렇게 하면 조합원 지위를 노린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을 끌어올리는 현상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빌라 매수심리는 고공행진이다. 한국부동산원 월별 통계를 보면 서울 연립다세대의 매매수급지수는 8월 기준 113.1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2년 7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빌라를 사겠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매매수급지수는 통상 기준선인 100을 넘어 높아질수록 매수심리가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 연립다세대의 매매수급지수는 올해 들어 매월 기준선인 100을 상회하고 있다. 2019년만 해도 12월에만 100을 기록하고 1~11월까지 모두 100 이하를 기록하는 등 연립다세대의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을 상회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매매가도 오름세다. 서울 연립다세대의 평균 매매가는 지난 8월 기준 3억4669만원을 기록하며 올해 1월 2억6599만원 대비 8070만원 올랐다. 서울 연립다세대 평균 매매가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2년 1월부터 줄곧 2억원대에 머물렀지만 올해 들어 매매가가 크게 오르면서 지난 7월 처음으로 3억원대를 돌파했다.

빌라 매매에 대한 수요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내 빌라 거래량은 4473건으로 아파트 거래량(4170건)보다 많았다. 올해 들어 2·4대책 전후로 빌라 거래량이 크게 오르면서 아파트 거래량을 뛰어넘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닫혀 있던 서울 재개발 문이 열리면서 서울 도심에 위치한 재개발 예정지들의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면서도 “재개발은 리스크가 많고 사업 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