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멈췄던 10년 되돌린다... 이호진 전 회장 만기 출소

2021-10-11 18:35

​태광그룹의 멈췄던 투자 시계가 10년 만에 다시 돌아간다. 11일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만기 출소가 기점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억원 이상 횡령·배임을 저지른 경우 관련 기업에 5년간 취업이 제한되는 만큼 이 전 회장은 공식적으로는 경영에 복귀할 수 없다. 하지만 경영 전반을 곰꼼히 들여다 보는 한편 적극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 그룹 차원의 과감한 투자와 함께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과 금융계열사들의 신사업, 인수·합병(M&A)에는 속도가 붙을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배임·횡령과 법인세 포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구속됐으나 건강 등을 이유로 보석으로 석방, 7년간 불구속 상태였다. 이후 '황제보석' 논란이 불거지면서 2018년 말 구속수감 상태로 재판을 받았고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 전 회장은 최근까지 형을 확정받고 수감된 유일한 대기업 총수다.

실제로 과거, 시계를 돌려보면 2004년 이 전 회장이 그룹 총수자리에 오르면서 태광그룹은 인수합병(M&A) 전문회사라고 할 만큼 투자가 활발했다. 이 전 회장은 취임 후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피데스증권중개(현 흥국증권), 예가람저축은행을 연이어 인수하면서 태광그룹을 재계 순위 30위권까지 올렸다. 하지만 2011년 첫 수감과 함께 태광그룹의 투자는 완전히 멈췄다. 올해 기준 태광그룹의 재계순위는 49위로 50대 기업 자리도 불안한 상태다.

태광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의 지난해 매출은 1조7405억원으로 2011년 4조50억원과 비교해 절반 아래로 내려앉았다. 2019년 매각된 티브로드(현 SK브로드밴드)의 매출 약 1조원이 빠졌다고해도 이 전 회장의 부재로 회사의 매출은 10년간 하락세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최대 주주인 이 전 회장이 부재상태라 어떤 투자결정도 할 수 없었다”며 “멈췄던 기간이 길었던 만큼 총수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태광그룹은 올해 초부터 이 전 회장의 출소를 준비하며 신사업 진출에 대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6월에는 울산항만공사와 ‘해양 플라스틱 자원순환 업무협약(MOU)’ 체결 등 친환경 활동을 확장했으며 LG화학과 아크릴로나이트릴(AN)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의 출소 이후 결재를 받아야 할 각종 투자계획도 다수 준비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친환경 사업 확장이 대세인 만큼 관련 글로벌 시장 투자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올해 2분기 기준 태광산업의 자산총계는 4조5870억원으로 이 중 유동자산이 1조9058억원이다. 금융 주력 계열사인 흥국생명의 자산총계는 43조9365억원에 달한다. 현금성 자산은 1884억원이다.

한편 이 전 회장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의 지분 29.48%를 갖고 있으며, 흥국생명의 지분 56.30%를 보유 중이다. 흥국화재의 경우 흥국생명이 59.56%, 태광산업이 19.6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