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자보호법 10년] "대상법률 확대 노력…처리 속도 제각각"

2021-10-10 08:00
10년간 공익신고 1376만여건 접수…1285만여건 처리
조성은, 공익신고자로 인정…스마트워치 지급 등 보호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제보한 조성은씨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공익신고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신변보호조치도 인용됐다. 이는 공익신고자보호법에 의거, 요건을 갖췄다는 판단에 따랐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지난달 30일 기준 시행 10주년을 맞이했다. 이 법은 말 그대로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 등을 보호하고, 국민 생활 안정,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 풍토 확립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권익위 소관이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최근 '공익신고자보호법 시행 10년 성과 및 과제'를 주제로 한 브리핑에서 "공익신고자 보호제도는 국민 여러분의 자발적인 신고를 이끌어내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공익침해·부패 행위를 효율적으로 적발하고 예방하는 기능을 해왔다"고 말했다.

◆"공익신고 활성화 아직 부족···대상법률 매년 확대"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권익위에 따르면, 2011년 공익신고자보호법 시행 이후 지난 10년간 권익위와 중앙행정기관·지자체·공직유관단체 등에 총 1376만여건의 공익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1285만여건이 처리됐다.

신고 내용 중에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 무자격 대리수술이나 약사법에 반하는 제약회사 리베이트 등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접수된 공익신고 중 849만건(66%)에서 혐의가 적발됐고, 공익신고로 인한 금전 처분 부과금액은 약 1조6300억원 규모다. 국고수입 회복이나 공익 증진에 기여한 신고자 등에게 지급된 보상·포상금, 구조금은 총 104억5000만원이다.

현행법상 공익신고를 통해 부정수입이 국고로 환수된 경우 기여 비율에 따라 신고자 등은 30억원 한도로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개인에게 지급된 최고 보상금액은 6억9000만원이다.

포상금은 국고 수입은 없지만 공익에 기여한 신고자 등에게 지급하는 돈으로, 상한액은 2억원이다. 구조금은 신고자가 신고를 이유로 소송·해고 등을 당했을 때 지원해주는 금액을 말한다.

공익신고자 보호 인용 건수는 법 시행 초기 5년 동안 20건에 불과했지만, 이후 5년간 123건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공익신고를 할 수 있는 대상법률도 제정 당시 180개에서 현재 471개까지 확대됐다.

지난 2018년에는 신고자 신분을 공개하거나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준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했다. 종전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에서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000만원 이하로 상향한 것. 괄목할 만한 성과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게 권익위 입장이다.

전 위원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익신고가 많이 활성화됐고, 행정적 지원도 시스템도 상당히 완비됐다"면서도 "(제도를) 모르고 불이익을 당하거나 편견에 시달릴 수 있어서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익신고 시스템을 홍보해 (신고에) 어려움이 없게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며 "해마다 조금씩 법을 개정해서 대상을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익신고 대상 법률을 포괄적으로 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일부 목소리에는 "신고가 남발되거나 무분별해질 수 있다"며 "악의가 있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하는 신고를 거를 수가 없다"고 전했다.

◆"공익신고자 판단 속도 사례별로 달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 제출하는 조성은씨. [사진=연합뉴스]


대선 정국에 민감한 이슈로 떠오른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씨는 권익위에 공익신고서를 신청한 지 18일 만에 그 지위를 인정받았다.

앞서 조씨는 대검찰청 감찰부에 공익신고서를 먼저 제출한 뒤 권익위에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기관 간 불협화음이 발생했는데, 대검이 지난달 8일 "조씨 신고가 공익신고자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자 권익위는 "공익신고자 여부를 결정하는 기관은 권익위"라고 반박했다. 심지어 조씨 의혹 제보에서 대검 판단까지는 불과 5일이 소요됐다.

이에 조씨는 권익위에도 공익신고서를 내고, 며칠 후 신변보호조치도 신청했다. 공익신고는 수사기관, 중앙행정기관, 국회의원 등에도 가능하지만, 공익신고자 신변보호조치를 결정하는 것은 권익위 고유업무다.

전 위원장은 "대검이 요건을 정확히 판단했겠지만, 경우에 따라 요건이 구비되지 않은 신고가 접수될 우려도 있다"며 "공익신고를 빙자해서 나쁜 의도로 하는 신고도 접수기관에서 공익신고라고 악용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 야당에서는 대검 판단을 두고 통상 60일이 걸리는 심사가 너무 빠르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권익위도 위원장 전결은 아니지만, 조속히 안건을 처리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권익위는 조씨가 신고를 이유로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입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때 경찰관서를 통해 신고자 신변보호조치를 할 수 있다. 그 밖에 해고, 부당한 징계 등 신고로 인한 불이익 조치에 대해 원상회복 요구나 불이익 조치 금지 권고 등을 할 수 있다. 또 조씨는 신고와 관련해 범죄행위가 발견돼도 책임을 감면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조씨 관련 정보를 112시스템에 등록해 위급 상황 시 신고를 즉시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스마트워치도 지급했다. 주거지 등 관련 장소 주변을 순찰하며 위해 요소를 제거하는 보호 활동도 한다.

처리 속도는 제각각이라는 게 권익위 설명이다. 과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을 제보한 당직 사병은 2개월여 만에 공익신고자로 인정됐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민간인 사찰 내부 고발이 공익신고로 인정받기까지는 약 40일이 소요됐다. 

전 위원장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의 경우 신고자가 굉장히 철저하게 법률 요건을 구비해 와서 거의 신고를 하자마자 권익위에서 공익신고자 판정을 했다"며 "사례마다 (처리 기간이)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