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 된 가구 매장... 비대면 시대, 오프라인 힘주는 이유
2021-10-10 05:00
#. 백화점에 입점한 한 매장 앞에 고객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웨이팅 시스템을 통해 입장 대기를 등록하려는 이들이다. 해외 명품 매장을 방불케 하는 이곳의 정체는 다름 아닌 침대 브랜드 시몬스 매장이다. 시몬스 관계자는 “백화점 개점과 동시에 줄을 서는 ‘오픈런’과 유사한 대기 행렬이 이어지면서 웨이팅 시스템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구점이 소위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단순히 가구를 진열하고 판매하던 과거와 달리 매장을 실제 주거 공간처럼 꾸며 놓거나 브랜드의 역사, 기술 등을 담은 전시관처럼 구성하면서 소비자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더 크게 더 다양하게”··· 가구업계, 대형 영업망 확장 속도
11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최근 업체들은 오프라인 매장 수를 늘리는 것은 물론 프리미엄 매장이나 체험형 매장 등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산업 전반의 무게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가구업체들은 오히려 역주행하는 모습이다.현대리바트는 이달 현대백화점 킨텍스점에 토털 인테리어 전시장 ‘리바트 킨텍스점’을 오픈했다. 전체 677㎡(205평) 규모로 현대리바트의 일반 가구부터 주방가구(리바트 키친), 욕실(리바트 바스) 등은 물론 조명·홈퍼니싱 소품까지 총망라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장 한편에는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그대로 재현한 모델하우스 쇼룸인 ‘스타일존’도 마련됐다.
앞서 현대리바트는 지난 2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미국 1위 프리미엄 홈퍼니싱 브랜드 ‘윌리엄스 소노마’와 ‘웨스트 엘름’ 매장을 연 데 이어 현대백화점 미아점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 등에 초대형 인테리어숍을 선보이며 공격적으로 프리미엄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에만 총 9개의 신규 매장을 오픈한 현대리바트는 내년에도 현대백화점 킨텍스점과 천호점 등에 토털 인테리어 매장을 내고 윌리엄스 소노마, 웨스트 엘름 등 주요 프리미엄 홈퍼니싱 브랜드 매장도 6개를 추가로 연다는 계획이다.
업계 1위 한샘도 올해 △롯데마트 부산광복점 △롯데백화점 부천중동점 △롯데백화점 울산점 △롯데몰 동부산점 등에 토털 홈인테리어 매장을 선보였다. 부엌·욕실·가구·생활용품부터 리모델링까지 인테리어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구매할 수 있는 대형 매장이다.
지난 6월에는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테마파크에 ‘한샘디자인파크 롯데 메종 동부산점’을 열었다. 지상 1~2층에 영업면적만 2960㎡(895평) 규모로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국내외 38개 가구·가전 브랜드 매장 중 최대 규모다.
침대업계에서도 백화점에 프리미엄 매장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지난달 롯데백화점 잠실점 매장을 체험형 프리미엄 공간으로 재개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백화점에 입점한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대형화 및 고급화 전략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달에는 갤러리아 광교점 명품관에 ‘에이스에비뉴’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에이스에비뉴는 유럽의 프리미엄 가구를 예술 작품과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에이스침대의 프리미엄 가구 편집숍으로, 세계 최대의 가구 전시회로 꼽히는 밀라노 가구 박람회(Salone del Mobile)를 통해 검증받은 가구들을 만나볼 수 있다.
“가구는 써보고 사야”··· 체험형 매장에 매출 ‘쑥’
업계가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에 힘을 쏟는 이유는 프리미엄 가구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보복소비(위축됐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가 나타나고, 예식·신혼여행 대신 혼수에 투자하는 신혼부부가 늘며 프리미엄 가구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가구는 워낙 눈으로 직접 보고 사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데다 프리미엄 가구, 즉 고가의 상품을 구매하는 만큼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경험과 체험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백화점이나 아웃렛 등에 대형 매장을 낼 경우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백화점 측에서도 가구를 포함한 리빙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명품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가구 브랜드 구색을 강화하려는 추세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국내 주요 백화점과 프리미엄아웃렛 등에 영업망을 확대해 나가는 건 리빙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브랜드 고급화 전략의 일환”이라며 “최근 높아진 주거 환경에 대한 관심에 따라 상위 유통채널로 꼽히는 백화점에서도 리빙 상품군이 핵심 MD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체험형 매장 역시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효과적이다. 시몬스의 경우 경기도 이천에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를 운영하면서 젊고 감각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3년 전 문을 연 시몬스 테라스는 침대와 박물관, 카페를 결합한 공간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시를 진행한다. 이러한 점이 젊은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면서 소셜미디어(SNS)상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고, 누적 방문객 수는 40만명을 넘겼다.
시몬스는 지난 6~9월 3개월간 부산에 식료품점인 ‘해운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해당 매장에서는 침대를 팔지 않는다. 다만 부산을 상징하는 굿즈와 국내 농특산물 등을 판매하면서 지역 문화 활성화를 일으켰다. 이곳 역시 SNS에서 유명세를 타며 방문 고객들의 긴 대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시몬스가 문을 연 두 곳의 이색 매장 모두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호응을 얻으며 매장 자체로 톡톡한 브랜드 홍보 효과를 거둔 셈이다.
이 같은 마케팅은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몬스는 올해 신규 출점한 백화점 대형 매장에서 연이어 가구업계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월 문을 연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선 개점 10일 만에 누적 매출 10억원을 올렸다. 같은 달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에 개장한 점포에서는 닷새 동안 4억6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시몬스 관계자는 “백화점 측 러브콜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프리미엄 상권 중심으로 매장을 재배치하는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