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스톡옵션 행사하는 카카오…증시에서 챙겨주는 임원소득… 상반기 5명이 231억 챙겨

2021-10-06 16:40
2017년 상장 이후 534억원 규모 행사
직원은 거의 없고 대부분 임원 스톡옵션
성과 대가 맞지만 주주 입장에선 주가희석 악재

[사진=카카오 제공]


카카오가 2년째 거의 매달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계열사 임원의 막대한 소득을 보장해주고 있다. 올해에만 500억원이 넘는 스톡옵션이 행사된 것으로 집계됐다.

스톡옵션이란 회사가 임직원에게 일정한 가격으로 회사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스톡옵션을 가진 사람은 현재 회사의 주가가 얼마가 되든 정해진 스톡옵션 행사가격에 주식을 사겠다고 회사에 요구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회사는 스톡옵션 행사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해 줘야 한다.

오는 8일 카카오는 일부 주주들의 스톡옵션 행사에 따라 36만9140주의 보통주를 추가로 상장할 예정이다. 1주당 발행가액은 1만7070~5만7957원으로 다양하다. 전체 규모는 약 101억원 수준이다.

현재 카카오의 주가는 11만원대다. 이번에 스톡옵션 행사로 주식을 받은 주주가 이를 곧바로 시장에 내다 팔 경우 기대되는 수익률만 100%에 육박한다.

카카오는 지난 2017년 상장 이후 지금까지 총 47번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지난 2019년 4월부터 지금까지는 거의 매달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이번 10월을 포함해 올해 들어서만 168만3697주가 스톡옵션 행사로 신규상장됐다. 액수로는 534억3159만원 규모다.

카카오는 지난 5월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했지만 이는 아직 행사기간이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의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주주들은 대부분 카카오 계열사의 임원들이다.

이들은 막대한 스톡옵션 덕분에 연봉을 초월하는 수준의 막대한 소득을 올리는 중이다.

카카오 계열사 임원들은 수행 업무에 따른 급여와 성과에 따른 상여보다는 회사의 주가상승에 따른 스톡옵션 행사가 더 쏠쏠한 소득원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임원의 경우 연봉이 5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스톡옵션 행사로 매년 100억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가 반기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지난 상반기 기준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임원 중 상위 5명의 개인별 보수현황에 따르면 이들에게는 지급된 총 293억원의 보수 중 231억원이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이익이었다.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의 경우 상반기 총 81억원의 보수를 지급받았다. 이 중 정식 급여와 실적에 따른 상여금은 각각 1억5000만원, 3억5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76억5200만원은 스톡옵션 행사로 올린 소득이다.

신정환 카카오 총괄부사장(CTO)도 상반기 중 2억3600만원의 급여와 2억500만원의 상여금을 받았고 여기에 더해 60억3900만원의 스톡옵션 행사 소득을 거뒀다. 정의정 카카오 최고브랜드경영자(CBO)도 1억8500만원의 급여와 3억500만원의 상여에 더해 37억5800만원의 스톡옵션 행사이익을 챙겨갔다.

반기 말 기준 해당 임원들의 보유주식이 거의 없거나 소량만 남아있다는 점에서 스톡옵션 행사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확보한 주식 대부분을 시장에서 매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임원들의 스톡옵션 행사는 일반 주주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일이다. 행사가격과 현재주가의 차이, 그리고 상장되는 주식수만큼 주가 희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스톡옵션 행사를 위해 쌓은 이익을 사용하다 보니 향후 주주들이 받을 수 있는 배당도 줄어든다. 여기에 스톡옵션을 행사한 임원들이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 경우 매물이 쏟아져나온다는 점에서 기존 주가도 하방압력을 받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스톡옵션은 혜택을 보는 임원 입장에서도 세금도 들고 행사를 위한 자금도 필요해 마냥 공짜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일반 주주들이 볼 때는 본인들이 누려야 할 투자수익의 일부를 근로 소득을 받아야 할 사람에게 나눠주는 그림이다 보니 반갑지 않은 제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