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아마존 "양자컴퓨터 시대, IT인재 대란 또 와…한국과 협력하겠다"

2021-10-07 00:10
AWS 양자컴퓨터 핵심 사업·기술담당 임원 단독인터뷰
타사 양자컴퓨터 제공 클라우드서비스 '아마존 브래킷'
美 칼텍 '퀀텀컴퓨팅센터'에선 아마존 자체 양자컴 개발
"교통물류·투자위험 최적화, 신약개발 활용가능성 주목"
양자오류정정 이론 증명…미래 양자컴퓨터 청사진 제시

리처드 몰즈 AWS 아마존 브래킷 총괄매니저(왼쪽)와 오스카 페인터 AWS 퀀텀컴퓨팅센터 퀀텀하드웨어 연구실장. [사진=아마존웹서비스 제공]


모든 산업계의 디지털전환 흐름으로 인공지능(AI)·클라우드·소프트웨어(SW) 인재 부족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양자컴퓨터가 실용화한 미래에 또 다른 'IT인재대란'이 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체 양자컴퓨터 시스템 개발에 나선 세계 클라우드 선두업체 아마존웹서비스(AWS)의 관측이다. 본지는 리처드 몰즈(이하 '몰즈') AWS 아마존 브래킷 총괄매니저와 오스카 페인터(이하 '페인터') AWS 퀀텀컴퓨팅센터 퀀텀하드웨어 연구실장을 단독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AWS의 양자컴퓨터 사업 현황을 알려 달라.

몰즈: "우선 2019년말 '아마존 브래킷(Amazon Braket)'을 발표했고, 작년 8월 모든 일반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는 여러 양자컴퓨터 하드웨어를 동시에 제공하는 최초의 서비스다. 다음으로 '아마존 퀀텀솔루션즈랩'은 우리 전문가들이 양자컴퓨터 기술의 잠재력과 적용 가능성을 알고 싶어하는 고객사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마지막으로 'AWS 퀀텀컴퓨팅센터'는 아마존의 자체 양자컴퓨터 시스템 개발을 위한 연구조직이다."

페인터: "AWS 퀀텀컴퓨팅센터는 AWS 클라우드나 고성능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어려운 문제를 풀던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문제 해결 경로가 될 양자컴퓨터와 관련 신기술을 개발한다. 양자컴퓨터의 하드웨어뿐 아니라 사용자가 배포할 수 있는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도 함께 개발 중이다. 미국 칼텍(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안에 설립돼,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혁신을 추구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를 실용화하기 위해 필요한 공학적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Q. 직접 개발하는 양자컴퓨터도 아마존 브래킷을 통해 제공되나.

몰즈: "나도 그 질문의 답을 알고 싶다. 지금은 아마존 브래킷과 관련된 로드맵을 적극적으로 짜고 있는 단계다. 앞으로 어떤 부분이 더 통합될지에 대해 당장 밝힐 내용은 없다. 지금은 퀀텀어닐링 기술을 활용하는 'D-웨이브(D-Wave)', 이온트랩 방식으로 구현된 '아이온큐(IonQ)', 초전도 회로를 사용하는 '리게티(Rigetti)', 세 개 파트너사의 하드웨어만 쓸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하드웨어를 추가할 계획이다. 양자컴퓨터 개발은 초기 단계다. 구현된 형태와 기반 기술, 성능과 규모, 오류에 대한 취약성이 모두 제각각이다. 각자 여러 하드웨어를 써 보고 직접 알고리즘과 애플리케이션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Q. 사업에 나선 배경이 궁금하다.

몰즈: "양자컴퓨터 기술을 언제 써볼 수 있는지, 아마존은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문의를 많이 받았는데, 수년 전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 양자컴퓨터의 특성, 사용방식, 프로그래밍 방식, 성능에 대한 기준 등은 전통적인 컴퓨터와 많이 다르다. 사용자가 이런 차이에 익숙해지고 어떤 플랫폼이 더 좋을지 탐구할 수 있도록 아마존 브래킷을 선보였다. 이걸로 사용자들이 여러 양자컴퓨터 응용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했다. 상업적인 것은 아니지만, 연구나 학문적인 목적으로 충분히 다뤄볼 수 있게 만들었다."

Q. 퀀텀컴퓨팅센터의 운영현황은.

페인터: "이곳에는 양자오류정정, 초전도소자, 양자컴퓨터 실행 알고리즘 등 양자컴퓨터 분야별 전문가, 다양한 하드웨어와 공학 전문가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하드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물리학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기초과학과 양자컴퓨터를 위한 대규모 공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팀이다. 여러 대학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기술개발 초기 단계여서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며 규모를 늘리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규모를 공개할 수 없는 점을 양해 바란다."

Q. 정부와 산업계는 어떤 가능성에 주목하나.

몰즈: "변수가 굉장히 많아 분석하기 복잡하거나 많은 조합이 존재해서 해법이나 해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를 풀 때 양자컴퓨터가 강점을 보인다. 기존 컴퓨터 기술보다 정보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료계에서 백신유통을 최적화하거나, 항공·물류 업종에서 수하물과 택배 물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택시 배차나 대중교통 노선을 효율화하거나, 금융기관이 투자 위험도를 낮출 수도 있다. 다른 예로 분자나 원자의 반응과 상호작용에 적용하면 새로운 화학물질, 소재, 의약품 등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워낙 다양한 업종의 난제에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커 다들 관심을 갖는 것이다."

Q. 아마존의 물류 최적화에도 유용할 듯한데.

페인터: "최적화 분야는 기존 컴퓨터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어떤 알고리즘을 사용했을 때 어떤 이점을 얻을 수 있는가'와 같은 측면에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영역이다. 양자컴퓨터 환경의 최적화 연구는 아직 알고리즘 자체를 이해하기 위한 초기 단계다. 양자컴퓨터에서 어떤 알고리즘을 구동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에 답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 장기적으로 최적화 문제에 양자컴퓨터 기술을 직접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컴퓨터 기술의 최적화 기법을 수행하면서 머신러닝, 선형대수학, 수학적 함수를 푸는 부분에만 양자컴퓨터를 투입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로 기존 컴퓨터 연산을 더 빠르게 만드는 것이다."

Q. 언제 그런 수준으로 실용화할 수 있을까.

몰즈: "모두 그 질문의 답을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아직 상업적으로 기존 컴퓨터 기술 대비 이점이 없다. 다만 지금이 바로 양자컴퓨터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많은 기업이 인식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하려고 투자하는 단계다. 이미 사내에서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을 교육하고 전문성을 내재화할 준비를 하려는 곳이 있고, 경쟁에 뒤처질까봐 우려하는 조직이 적지 않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 의료기관에서 실질적인 자원을 투입해 양자컴퓨터의 실용화 시점에 대비하고 제때 활용하자는 계획을 잡고 있는 곳이 많다."

페인터: "양자컴퓨터 연구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수십 내지 수백 개의 큐비트(qubit, 양자컴퓨터의 기본 계산단위)를 다루면서 기존 컴퓨터의 성능을 넘어선 연산을 해낼 수 있는 지점(양자우위)에 점차 다가가고 있다. 우리는 양자컴퓨터가 실용적인 연산을 수행케 해줄 '양자오류정정(QEC, quantum error correction)'이라는 흥미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 이상의 연산 규모뿐 아니라, 환경의 노이즈와 시스템 제어 영역의 오류를 최소화하고 높은 정확성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 우리는 QEC를 위한 하드웨어 부담을 최소화하고, 실용화의 걸림돌을 극복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Q. 퀀텀하드웨어 연구실의 연구목표는.

페인터: "최근 논문을 발표하고 후속 연구 중인 과제가 '장애내성 양자컴퓨터(fault-tolerant quantum computer)'다. 논문에선 어떤 오류를 수동적으로, 어떤 오류를 능동적으로 정정하는 특정한 형태의 큐비트를 사용함으로써, 시스템의 근본적인 오류율을 낮출 수 있는지 이론적으로 분석해 이런 양자컴퓨터의 실용성을 최초로 타진했다. 앞으로 이런 양자컴퓨터의 실현 가능성, 하드웨어의 물리적 부담을 덜어 이 시스템을 구현할 방법, 궁극적으로 수백 내지 수천 큐비트 규모의 연산을 가능케 할 방법을 연구하는 게 남았다. 미래에 개발될 양자컴퓨터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고, 이른 시기에 결실을 맺게 할 계기라고 본다."

Q. 클라우드·AI 인재부족 현상이 양자컴퓨터 시대에도 있을까.

몰즈: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양자 세대(quantum generation)'에 대비해야 한다. 양자컴퓨터가 실용성을 띠는 순간, (양자컴퓨터 관련 인재의) 수요도 공급을 뛰어넘어 급증할 게 확실하다. 양자컴퓨터 관련 전문가 양성은 세계적인 당면 과제다. AWS는 이런 미래에 대비해 역량을 배양할 수 있는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여러 지역과 정부에서 전문가 양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 양자컴퓨터 인력을 배양하고 팀을 꾸려야할 때 단기적으로 머신러닝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머신러닝의 신경망 기술과 양자컴퓨터 알고리즘의 초기 학습에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Q. 한국의 연구자들과 협력할 계획인가.

몰즈: "물론이다. AWS는 한국에 많은 (클라우드) 리전을 두고 산업 혁신을 가속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관계자가 양자컴퓨터에 더 쉽게 접근하도록 돕기 위해 아마존 브래킷 서비스를 출시했다. 많은 연구자, 엔지니어, 데이터과학자, 컨설턴트, 개발자, 교수진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상호 교류하고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함에 따라 혁신이 빨라질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 기술이 될 게 확실시되는 만큼, 정부 관점에서 국내에 생태계를 구축하고 학문적 역량을 확보해 많은 사람들이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는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리처드 몰즈 총괄매니저, 오스카 페인터 연구실장은

리처드 몰즈 총괄매니저는 하드웨어, 기업용 소프트웨어, 대기업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과 사이버보안 솔루션·규정준수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한 IT업계 제품관리·전략·마케팅 경력 17년의 비즈니스 전문가다. 2018년 AWS 수석 제품매니저로 입사해 2019년 양자컴퓨터 분야를 맡고 작년부터 아마존 브래킷 총괄매니저 역할을 수행 중이다.

오스카 페인터 연구실장은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칼텍)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나노광학, 양자광학, 초전도양자회로, 양자정보과학 분야를 연구해 온 물리학자다. AWS 퀀텀컴퓨팅센터 퀀텀하드웨어 연구실장으로서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연구를 이끌고 있고, 칼텍 공학·응용과학부의 응용물리학·물리학 교수를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