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자금 부족 예상되는 SK이노, 물적분할로 해법찾나
2021-10-04 18:00
'전기차 배터리 투자'에 더해 '그린포트폴리오'로의 대전환을 선언한 SK이노베이션의 자금 부족은 예견된 바다. 하지만 생각보다 큰 규모의 자금 부족이 예상되며 결국 주주 가치 희석이 수반되는 '물적 분할 후 상장'이란 카드가 불가피해 보인다.
29일 나신평은 SK이노베이션과 포드의 배터리 사업 합작투자 건과 관련해 "배터리 부문은 높은 매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대규모 투자 소요를 고려할 때 중기적으로 잉여현금 흐름상 상당 규모의 부족 자금 발생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지난 7월 초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그린 중심 성장을 위해 2025년까지 지난 5년간 투자의 2배가 넘는 총 30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분할 후 투자 유치를 중심으로 자금 부족의 해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1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문의 물적분할을 진행했다. 지난 8월 16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E&P) 사업을 분할하는 안건을 통과한 것의 연장선이다. 물적분할로 인해 앞으로 대규모 자금 유치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지분 매각, 차입 증가 등 다른 카드들은 쉽지 않아 보인다. SK지오센트릭(구 SK종합화학)의 소수 지분 매각은 사실상 철회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의 총 차입금은 올 상반기 말 연결 기준 17조원이고, 차입금의존도 역시 37%에 달해 차입을 무작정 늘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차입금의존도는 통상적으로 30%를 기준으로 높고 낮음을 평가한다.
투자 유치는 주주 가치 희석으로 이어지기에 주가에는 하락 재료다. 지난 7월 '스토리 데이' 발표 당시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9% 이상 하락한 바 있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생산 계획 발표에 주가는 회복됐다. SK이노베이션은 세계 10대 자동차 그룹인 미국 포드와 배터리 사업을 합작 투자하기로 공시했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는 미국 내 배터리 신규 공장을 건설할 예정인데 합작 법인의 생산계획은 기존 사업 계획보다 생산 능력을 2배 이상 확보하는 것이다. 이 발표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26만5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인영 나신평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기존에 목표한 2025년의 생산능력 구축계획을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요약하면 물적분할로 주가는 하락할 수 있겠지만, 사업적 역량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도 반드시 부정적인 것 만은 아니다. 석유·화학 관련 한 증권사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장기 전략은 오너가 아닌 경영인이 구사하긴 쉽지 않다"면서 "일정 기간 주가가 빠졌음에도 김준 대표는 재신임을 바탕으로 자신감 있게 목표한 방향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