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상향된 실적 전망치...삼성전자 파운드리도 호재

2021-09-30 17:19
2025년 매출 규모 최대 300억 유로...2030년까지 연평균 11% 성장 관측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이 중장기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ASML은 29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본사에서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2025년 매출 규모를 240억~300억 유로(약 33조~41조원)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인 150억~240억 유로(약 21조~33조원)와 비교했을 때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총이익률도 50%에서 55%로 상향 조정했다.

이 회사가 지난해 기록한 매출이 140억 유로 규모인 것을 고려하면 5년 사이에 최대 두 배가량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셈이다.

ASML 측은 “반도체 시장이 매년 7.4%씩 커질 것”이라며 “2030년까지 매출이 연평균 11%씩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같은 실적 전망치 조정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가 5nm(나노미터·1nm=10억 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에 필수인 EUV 노광장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최근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그릴 때 활용되는 기기로, 기존 제품보다 더 얇게 회로를 새길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이 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ASML밖에 없어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넘치고 있다. ASML은 폭발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도 개선할 방침이다.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하는 입장이지만 이 제품이 ‘글로벌 독점’인 데다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까닭에 ASML에 ‘슈퍼을(乙)’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트윈스캔(TWINSCAN NXE:3600D)’.[사진=ASML 홈페이지]

ASML의 이와 같은 실적 전망과 향후 계획은 삼성전자에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전자는 ASML의 지분 1.5%(629만7787주)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가치는 4조905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시장가치가 3조3505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년 사이에 가치가 46.4% 상승한 셈이다.

ASML이 앞으로 고성장을 이어간다면 삼성전자가 가진 이 회사 지분의 가치 역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K-반도체 전략’에 따라 2025년까지 경기 화성에 EUV 클러스터를 구축할 예정인 ASML이 지속적인 성장을 가져간다면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로서도 장비 수급에 대한 걱정 없이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네 번째)이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