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다양성 대신 정공법 택했다…'젊은 매파' 수혈에 금리인상 시계 '재깍'

2021-09-30 18:00

신임 금융통화위원으로 내정된 박기영 연세대 교수[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박기영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를 신임 금융통화위원 후보자로 추천했다.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론자)로 분류되던 고승범 전 금통위원의 후임을 또다시 비슷한 성향으로 채우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이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다음주 중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쳐 박기영 신임 금통위원이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임기는 1년 7개월(~2023년 4월 20일)이다. 본래 금통위원 임기는 공식적으로 4년이나, 지난 2016년 개정된 한은법에 따라 전임 금통위원의 잔여임기만 채울 수 있어 박 후보자의 임기는 다소 짧다.

박 후보자는 2006년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후 금융시장과 국제금융, 거시경제 부문에서 연구실적을 쌓아온 금융과 거시경제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올해 만 50세로 이번 금통위원에 임명 시 지난 2014년 임명된 함준호 전 금통위원 이후 최연소 금통위원이기도 하다.

박 후보자의 그간 연구실적 면면을 살펴보면 전형적인 매파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14년 경제학자 아티프 미안과 아미르 수피의 공저 <빚으로 지은 집(House of Debt) : 가계부채는 왜 위험한가>의 번역자로 참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유학 당시 아티프 미안 교수 지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박 후보자는 이 책을 통해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가계부채를 지목, 가계부채에 의존한 성장은 위험하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또 지난 2018년 김수현 당시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과 공동 발표한 경제분석보고서(가계 부채의 분산과 거시경제적 시사점)에서도 고소득자 주택 대출 등에 집중된 가계부채 구조가 경제 안정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음을 내는 등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해 꾸준히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 왔다.

한은 역시 이 같은 박 후보자의 연구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한은은 후보자 추천 배경에 대해 “수년간 통화정책을 비롯한 거시경제정책 관련 실증연구에 매진해 왔으며 최근에는 가계부채와 거시경제 분석과 관련해서도 뛰어난 연구실적을 나타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인선에 따라 한은 금통위는 기존의 매파적 기조를 고스란히 이어가게 됐다.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현 금통위원 5명 중 3명(이승헌, 조윤제, 임지원)이 매파로, 2명(서영경, 주상영)이 비둘기파로 분류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새로운 매파 위원이 합류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비롯한 금융정상화 정책에 적극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다음주 공식 인선이 이뤄질 예정인 만큼 오는 12일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금통위 회의에도 참석이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박기영 후보자가 첫 금통위에 참석해 ‘금리 인상’ 의견을 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씨티그룹은 “한은이 11월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 10월 회의에서 금리인상 의견이 등장할 것”이라며 박기영 신임 위원 또는 서영경 위원 등이 매파적 의견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새 금통위원으로 추천된 박기영 교수는 대체로 매파적 성향 인사”라며 “금통위의 매파적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