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시장 위축] 규제 강화에 홍콩 증시 급락 여파까지…ELS 조기상환도 신규발행도 감소

2021-10-02 08: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위험, 중수익' 투자 상품 중 하나로 꼽히는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규모가 좀처럼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스권 증시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투자자들이 비교적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로 눈길을 돌릴 수 있는 환경이지만 금융 규제 및 글로벌 지수 부진으로 조기 상환뿐만 아니라 증권사들의 신규 발행도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ELS 신규 발행 규모 2개월 연속 3조원대…올해 최고치 대비 절반 이상 급감
1일 금융투자협회와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8일까지 증권사들의 ELS 신규 발행 규모(ELB 포함)는 3조586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개월 연속 3조원대 발행이다. 증권사들은 지난 8월에도 ELS를 3조3532억원 발행하는 데 그쳤다.

국내 증권사의 ELS 발행은 주가 상승 등에 힘입어 올해 초까지 증가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으로 투자자들이 파생결합증권 상품에 대한 투자를 꺼린 데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올해에도 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띠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글로벌 및 국내 증시가 상승랠리를 이어가면서 ELS 발행 규모도 급증했다. 실제 올해 1월 5조1872억원이었던 ELS 발행 규모는 2월 6조3600억원, 3월 6조9478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4월에는 9조69억원까지 확대됐다.

금융투자업계의 우려와 달리 매월 증가세를 이어갔던 ELS 발행 시장은 5월 들어 급격히 축소되기 시작했다. 5월 발행 규모는 3조7566억원으로 전월 대비 58.29% 급감했다. 6월에는 6조1782억원으로 다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7월에는 4조2010억원으로 다시 축소됐다.
 
 
◇조기상환 실패 늘고 판매 규제 강화 '이중고'
업계에서는 ELS 발행 시장이 올해 중순부터 급격히 축소된 배경으로 금융투자상품 판매 규제 강화와 조기상환 급감 등을 꼽았다.

우선 신규 발행에 앞서 발행됐던 ELS의 조기 상환 규모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 꼽힌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ELS 조기 상환 금액은 월평균 6조947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4월에는 8조1774억원이 조기 상환되기도 했다.

그러나 5월 들어 조기 상환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5월 조기 상환 규모는 4조3361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6월에는 3조3540억원으로 축소됐다. 7월에는 2조7899억원으로 떨어졌다. 8월과 9월 조기 상환 규모는 각각 3조4327억원, 3조6081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LS의 경우 투자자들이 조기 상환된 금액을 재투자하는 형태로 신규 발행이 이뤄지는 만큼 조기 상환 규모가 줄어들면 증권사들도 신규 발행을 줄이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 ELS 판매 규제가 강화된 점도 신규 발행 축소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9일부터 '투자자 숙려제도'를 시행해 ELS를 고난도 금융상품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ELS 판매 과정을 녹취하고 청약 후 2영업일 이후에 투자자에게 다시 청약 의사를 확인해야 계약 체결이 완료된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 숙려제도 시행으로 투자자들의 변심으로 인한 청약 취소가 늘어나면서 ELS 신규 발행이 줄어든 측면이 있는데 특히 개인고객 비중이 높은 증권사 중심으로 이 같은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5월부터 시행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규제가 ELS 발행 위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며 "원금 비보장형 상품에 대한 판매 채널 규제 강화와 투자자들의 접근성 악화 등으로 5월 ELS 발행이 급격히 줄었는데 판매 규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콩 H지수 급락도 부담…향후 전망은 엇갈려
이 같은 상황에서 ELS 주요 기초자산 중 하나로 꼽히는 홍콩 H지수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 H지수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증시 상승에 힘입어 올해 2월 1만2000선을 넘어섰으나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7월에는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급락해 이달에는 8000선까지 주저앉았다. 최근에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恒大)그룹의 디폴트 위기까지 겹치면서 홍콩 증시가 오름세로 전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7월 홍콩 H지수가 기초자산인 ELS의 조기 상환율이 약 42%로 1월에 발행된 홍콩 H지수 관련 ELS 물량 1조4800억원 중 약 8000억원가량이 조기 상환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특히 정 연구원은 "이달과 다음 달 홍콩 H지수 관련 ELS 물량이 각각 2조400억원, 3조1600억원 존재하고 홍콩 H지수가 1만500포인트를 넘어야 조기 상환 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당분간 관련 물량이 시장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 들어 28일까지 기초자산 2개 이상인 ELS 중 홍콩 H지수를 포함한 ELS 14개(1063억원)가 상환에 성공했다. ELS 조기 상환 평가 주기가 통상 6개월 주기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3월 1일부터 18일까지 홍콩 H지수 기초자산 ELS 발행 규모 1조5515억원의 6.85%만 상환에 성공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홍콩 H지수 급락과 관련 ELS 투자 손실에 대해 아직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조기 상환에 실패하더라도 만기 내에 지수가 다시 상승해 상환될 수 있다"며 "조기 상환이 지연돼 신규 발행에 영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투자 손실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하반기 ELS 발행 규모가 올해 상반기 수준인 35조6000억원 수준을 유지하거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하반기 소비 및 투자 정상화를 비롯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도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급격하게 확산하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중수익을 추구하는 ELS의 투자 매력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