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이 고객 명의로 수십억원의 '셀프대출'을 받거나 부당 대출로 주식투자를 하는 등 지난 5년여 간 은행권 금융사고 규모가 16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액별로는 우리은행이, 건수 별로는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이 최다 '불명예'를 기록했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은행권 금융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 20개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사기, 횡령·유용, 업무상 배임, 도난·피탈 등 금융사고 금액은 총 1633억원(182건)으로 집계됐다.

은행 직원 등이 위법·부당행위를 해 금융기관 또는 금융거래자에게 손실을 초래하거나 금융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금융사고는 매년 30~40건씩 발생했다. 연도 별로는 2017년 31건(223억 원), 2018년 47건(624억 원), 2019년 39건(494억 원), 2020년 43건(46억 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1∼8월에는 총 22건(247억 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중 13건이 횡령·유용이었고 사기가 4건이었다.

각 은행별 사고 발생 건수를 살펴보면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이 각각 24건으로 금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농협은행(23건), 신한은행·우리은행(22건), 기업은행(19건), SC제일은행(13건) 순이었다. 같은 기간 사고 금액이 가장 큰 곳은 우리은행으로 423억원(22건)이었다. 이어 부산은행 306억원(5건), 하나은행 142억원(24건), NH농협은행 139억원(23건), 대구은행 134억원(4건), 신한은행 104억원(22건)이 차지했다.

실제 올해 초 하나은행 부산지점에서는 여신 담당 직원이 본인 앞으로 부당대출을 실행해 30억원을 횡령하고 주식투자를 했다가 은행 자체 감사에서 적발됐다. NH농협은행에서도 한 직원이 본인의 주식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객의 통장과 신분증 사본 등을 보관하면서 대출 서류를 본인이 직접 작성하는 방법으로 대출금을 횡령해 약 25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윤 의원은 “은행의 핵심 자산은 고객의 믿음”이라며 “경영진은 신뢰에 직결되는 범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하고, 시스템 감사를 통한 사전 예방 노력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