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아이폰에도 USB-C 탑재하라"...애플은 즉각 반발
2021-09-24 09:40
EU 집행위 'USB-C 표준화법' 시행 예고, 2024년부터 스마트폰에 USB-C 탑재 의무화
독자 규격 채택한 애플은 반발...유선 충전 없앤 아이폰 출시 가능성↑
독자 규격 채택한 애플은 반발...유선 충전 없앤 아이폰 출시 가능성↑
유럽연합(EU)이 스마트폰 충전 단자를 'USB-C'로 통일하라고 요구한 것에 애플이 반발하고 있다. EU의 빅테크 길들이기에 애플이 무릎을 꿇고 아이폰에 USB-C를 채택할지 업계에 관심이 모인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더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EU의 집행기관인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모든 제조사가 스마트폰·태블릿PC·헤드폰 등 휴대용 전자기기에 USB-C 단자를 탑재하도록 강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유럽위원회는 이번 결정을 두고 "이용자가 새 전자기기를 구매할 때 기존 충전기와 케이블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관련된 폐기물을 줄이려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LG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제조사가 USB-C 단자를 활용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발표가 나온 것은 홀로 독자 규격인 '라이트닝' 단자를 이용하는 애플을 규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9년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노키아 등 민간 제조사는 모바일 기기에 표준 충전 단자를 탑재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은 바 있다. 대부분의 제조사는 마이크로 USB 단자를 거쳐 USB-C 단자를 자사 단말기에 채택함으로써 협약을 준수했지만,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독자 규격인 라이트닝 단자를 채택함으로써 협약과는 반대되는 행보를 보였다.
EU의 이러한 조치에 애플은 즉각 반발했다. 애플은 대변인을 통해 "한 가지 유형(USB-C)의 단자만 요구하는 엄격한 규제는 혁신을 장려하기보다는 오히려 방해할 수 있고, 유럽과 전 세계 이용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 또한 단자가 통일되면 애플 이용자가 기존에 이용하던 라이트닝 액세서리를 버림으로써 오히려 전자 폐기물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단말기 업계에선 애플의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형 규격인 라이트닝 단자로 충전과 데이터 전송을 감당할 수 없는 아이패드 시리즈는 이미 USB-C로 전환한 상황에서 아이폰 시리즈만 라이트닝 단자를 탑재한 것은 액세서리에서 나오는 매출까지 확보하려는 애플의 판매 전략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라이트닝 단자는 충전과 데이터 전송을 위한 커넥터가 외부에 노출되어 있어 USB-C보다 충격에 약하고 수명이 짧다는 문제도 지적받고 있다.
일각에선 EU의 이번 조치로 애플이 유전 충전 단자를 없앤 '무선 충전 아이폰'의 출시를 앞당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U의 이번 조치는 유선 충전기에만 적용되고 무선 충전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은 내부적으로 완전 무선 충전 단말기 개발을 완료하고 적용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고속 무선충전기 '맥세이프'는 이러한 무선 충전 전환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빠르면 아이폰14(가칭) 시리즈부터 유선 충전을 없앤 완전 무선 충전이 도입될 가능성이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