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 ‘기업 사냥꾼’ 바오넝, 디폴트 위기
2021-09-14 04:00
한때 직원 수만 15만명에 달했던 중국 주요 부동산 업체
야오전화 창업자는 2015년 중국 4대 부호에도 이름 올려
무리한 인수합병과 사업 확대로 빚더미에 앉아
야오전화 창업자는 2015년 중국 4대 부호에도 이름 올려
무리한 인수합병과 사업 확대로 빚더미에 앉아
36조 빚더미 바오넝... 형제 불화로 금융기관 의심 키워
13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바오넝은 최근 직원들의 임금 체불 해결 촉구, 공급업체의 연체금 독촉, 채권자들의 대출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는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2000억 위안(약 36조45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해결하지 못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사실 바오넝의 유동성 위기는 올해 초 바오넝을 이끄는 야오(姚) 형제의 불화에서부터 불거졌다. 2014년부터 바오넝의 부동산 사업을 담당했던 바오넝의 공동창업자이자 야오전화(姚振華) 회장의 동생인 야오젠후이(姚建辉)가 회사 운영을 놓고 야오 회장과 의견 차이를 빚자 돌연 바오넝을 떠난 것이다.
이에 바오넝의 위험을 감지한 금융 기관들이 재빨리 바오넝 ‘손절’에 나섰다. 지난 2월 저상은행은 상환일이 연장된 수십억 위안에 대한 대출금 상환과 담보 제공을 바오넝그룹에 요청했으며, 8월에는 핑안증권이 바오넝 산하 조미료 제조업체 중거고신의 주식 170만주를 매각했다. 이는 바오넝이 담보로 제공한 지분이다.
이외에도 올 들어 많은 채권자들이 바오넝에 채무 상환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고 차이신은 설명했다.
완커 적대적 M&A 실패 후 무리한 사업 확장이 빚 늘려
사실 바오넝은 한때 약 15만명의 직원을 뒀을 만큼 대규모를 자랑했다. 그런데 바오넝이 막대한 빚더미에 앉은 건 과도한 투자와 사업 확장 때문이라고 차이신은 지적했다.중국 광둥성 선전에 소재한 바오넝은 지난 1992년 야채 도매업체로 시작했다. 그러나 업계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자 야오전화 회장은 2000년 부동산 개발 및 자산관리, 보험 서비스 등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고 이후 회사는 나날이 빠른 성장을 거뒀다.
특히 야오 회장의 공격적인 M&A가 바오넝을 빠르게 성장시켰다. 2003년 국유 기업인 선예물류의 지분 40%를 매입해 3년 뒤 기업 분할로 대규모 자금을 챙긴 야오회장은 이후 인수합병 시장에서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는데, 가장 유명한 사건은 바로 ‘바오완(寶萬)의 전쟁’이다.
바오완 전쟁이란 지난 2015년 바오넝이 당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완커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한 사건이다. 바오넝은 산하 첸하이(前海)생명보험을 앞세워 완커 주식을 대거 매수했고, 기존 최대주주인 화룬 그룹의 지분을 넘어 완커의 최대 주주자리에까지 등극했다.
이에 따라 야오 회장은 중국에서 4번째로 재산을 많이 가진 부호에 이름을 올렸는데, 야오 회장에 기업 사냥꾼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때부터다.
그러나 2017년 첸하이생명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와 처벌로 바오넝의 위기가 시작됐다. 중국 규제 당국은 첸하이가 허위 자료를 제출하고 보험 자금을 불법 운용하는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야오전화에게 첸하이 회장 자격 박탈과 함께, 10년간 보험업 진입금지 처벌을 내렸다. 결국 바오넝은 450억 위안의 빚까지 지며 가까스로 인수한 완커의 지분을 처분했다.
그런데 이후 바오넝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을 확장한 게 독이 됐다. 야오전화는 전기차는 물론이고 휴대전화 제조까지 눈을 돌리며 빚을 늘렸고, 이 같은 무리수가 결국 현재 바오넝의 상황을 자초했다고 차이신은 지적했다.